시 상수도사고원인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위원회는 상수도사업본부와 감리사, 시공사 등이 통합정수장 도수관 연결 공사를 하면서 사전점검, 수리계산 등 사전준비부터 소홀히 한 게 원인이라고 결론을 냈다.
시 상수도 사고원인 조사위원회는 7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형 도수관로 작업을 할 때는 적어도 2개월 이상 준비해야 하고, 모든 가능성을 다 체크한 다음 작업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업발주기관(청주시), 감리, 시공사의 소홀한 사전 준비가 사고를 불렀고 이에 대한 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조사위의 결론이다.
조사위는 도수관로 누수의 원인은 900㎜ 도수관과 800㎜ 도수관을 연결하는 신축관에 휘어짐이 발생하면서 누수를 막아주는 고무링의 압착에 불균형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동안 시와 시공사 등이 도수관 파열의 원인으로 추정하던 도수관 내부 공기압력과 역류 등은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조사위는 그러나 “그 정도 압력으로는 도수관이 틀어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도수관로 받침용 에이치(H) 빔이 토사 위에 설치되면서 침하로 인한 오차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게 조사위의 판단이다.
조사위는 900㎜ 도수관을 800㎜로 바꿨다가 다시 900㎜로 전환한 설계변경과 사용자재의 적정성 등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시공사 등이 무단수 공사로 결정한 것에 대해 조사위는 “금천배수지로 시간당 3500t이 공급돼 단수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실제 금천배수지 공급량은 2300~2400t에 불과했다”며 “시는 시공사의 말만 듣고 단수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춘배 조사위원장은 “잦은 인사이동 때문에 공무원들의 경험이 부족했고, 시공사의 말을 뒤집을 수 있는 전문성도 없었다”면서 “근무인력의 전문성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적인 도수관망에 관한 정보가 없어 누수나 역류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취수장 가압펌프의 가동과 정지를 반복하면서 단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은 “같은 작업 시간을 최대 19시간까지 잡는데 시는 12시간으로 산정했다”며 “준비 부족과 시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시공으로 두 차례에 걸쳐 누수 사고가 났고 이로 인해 작업시간이 장기화됐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개선대책으로 고지대 단수 예방을 위한 청주정수장 송수관로 가압장치 설치, 500㎜ 이상 대형관로 연차적 교체 또는 보수, 상수도 관리 시스템(GIS) 수시 갱신, 근무인력 전문성 확대 등을 제시했다.
청주시는 지난달 1일 통합 정수장 도수관로 연결 공사 도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시공상의 문제로 최악의 단수 상황을 야기했다.
이 사고로 사나흘 동안 상당구와 청원구, 서원구 산남·수곡·분평동 지역 단독주택과 상가, 아파트 단지 등 2만여 세대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7일 전문가들로 구성한 조사위는 지난 2일까지 시공계획의 적정성, 사용자재와 시공의 적정성, 도수관로 분기점 설계 적정 여부 등을 중점 점검했다.
청주=정태희 기자 chance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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