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조선실록은 그 시대 인물들의 업적뿐만 아니라 치부도 섬세하게 기록한다. 기록의 흔적 작가 최준호는 조선시대 실록을 관리하는 사관과 연산군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과거의 흔적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관객과 소통하고자 했다.
이야기는 조선 성종시절에서 시작된다. 40대 후반의 사관 박승원과 젊은 사관 최일경은 춘추관에서 실록의 기록 작업을 맡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폐비 윤씨에 대한 기록을 보기 위해 춘추관으로 어린 연산군(당시 세자)이 찾아온다. 사관의 본 임무에 충실한 박승원은 이를 거절, 연산군을 돌려보낸다. 시간이 흘러 왕위에 오른 연산군은 신하들을 숙청하기 시작한다. 또 어머니인 폐비 윤씨에 대한 기록을 지우라고 박승원에게 어명을 내렸다. 그러나 박승원은 사관의 임무를 지키기 위해 어명을 거역해 결국 처형당한다. 중종시절 어느덧 50대가 된 최일경은 새로 들어온 젊은 사관과 함께 기록 작업을 한다. 최일경 역시 과거의 기록을 바꾸라는 권신들의 강요를 받게 된다.
극단 떼아뜨르 고도의 대표이자 기록의 흔적 연출을 맡은 권영국은 대전에서 34년간 배우와 연출가로 활동해왔다. ‘고도를 기다리며’, ‘한씨 연대기’, ‘손님’, ‘하이옌’, ‘조선으로 베다’ 등 100여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했고, 30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그는 탁월한 창작 능력과 연출력으로 대전지역 연극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중견 연출가다.
연극을 펼치는 극단 떼아뜨르 고도는 지난 2001년 창단해 14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전의 대표적인 민간연극단체다. 제27회 전국연극제와 제25회 거창국제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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