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고독 속 두번죽은 노인…노인학대 현주소 '씁쓸'

  • 사회/교육
  • 미담

외면·고독 속 두번죽은 노인…노인학대 현주소 '씁쓸'

돌아온 행불자 아버지, 가족들 부양·사망취소 거부…요양원서 79세로 세상떠나

  • 승인 2015-08-27 17:46
  • 신문게재 2015-08-28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속보>=한 번 태어나서 두번 죽은 학대받은 노인이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본보 2014년 7월 28일자 5면 등 보도>

가족의 유기 속에 한 차례 사망자가 됐던 이 노인은 가족이 찾아오지 않는 또 다른 학대를 겪으며 지난 22일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가족에게 학대를 받던 노인이 발견되고 사회에 최소한의 보호를 받는 과정에서 피해 당사자의 신고 없이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노인학대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2일 대전 한 노인요양병원에서 이성준(가명)씨가 지켜보는 가족 없이 조용히 숨을 거뒀다. 향년 79세였고, 노인요양병원에 몸을 의탁한 지 1년을 조금 지난 때다.

그는 지난해 4월 대전역 인근에서 갈 곳 없이 배회하던 중 지나던 행인의 손에 이끌려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안내됐다.

제때 치료받지 못했는 지 오른쪽 눈에 백내장 현상이 상당히 진행됐고, 한쪽 발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걸음을 제대로 떼지 못했으며 집이 어디이고 가족은 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다음날 이씨는 노숙인지원센터 직원과 함께 동부경찰서를 찾아가 지문조회를 통해 2009년 법원에서 실종 선고를 받아 자신이 행정상 사망자로 처리됐음을 알게 됐다.

앞서 그는 2003년 9월께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가족에 의해 가출인 신고가 접수됐고, 가정법원에서 실종선고까지이뤄져 2009년부터는 행정적·법률적으로 사망자였다.

11년 전 실종신고 되고 5년 전 사망처리까지 이뤄진 노인을 찾았으니 이제 가족 품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노인학대 앞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동구청과 노숙인지원센터가 각각 이씨의 가족에게 아버지의 생존 사실을 알렸으나 이들 가족은 아버지를 되찾거나 부양하기를 거부했다.

그뿐 아니라 생존한 아버지가 행정·법률적 사망자 처리된 것을 취소해 주민등록을 되살려야 한다는 구청의 요구마저 가족들은 거부했다.

당시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도 이씨의 한 아들은 “(사망선고를) 되돌릴 생각이 없다”며 “가족에 큰 상처가 있었고, 가정사에 의한 일이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씨는 법률구조공단 대전지부의 도움으로 가정법원에서 지난해 11월 실종선고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받았고, 그해 12월 1일 대전시민이 됐다.

그런 그가 학대를 벗어난 안식처였던 요양병원에서 지난 22일 오후 5시께 사망했고, 그의 가족은 24일에서야 아버지의 유해를 받아갔다.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백내장에 기억상실 등의 중병을 앓는 아버지의 생존을 파악하고도 부양을 거부하고 사망 처리도 취소하지 않겠다는 가족 반응이 충격이었다”며 “분명한 노인학대였지만, 당사자가 가족 고발을 판단할 정신적 여력이 되지 않아 신고조차 못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