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 행사에 쓰이는 학생통학버스…'갑질논란'

도내 23% 무상운행특약… 일부 병설유치원·초등학교서 횡행 등하교 안전운행에도 악영향 미쳐

충남지역 일부 병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민간업체와 계약한 학생 통학차량을 교원 또는 교직원 필요에 따라 운영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 충남지역 일부 병설 유치원과 초등학교가학생 통학차량을 교원 또는 교직원 필요에 따라 운영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연합DB

이는 계약과정에서 교육기관이 업체 측에 무상운행 특약조건을 강요하기 때문으로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무상운행 횟수가 잦아질수록 통학차량 기사의 피로가 누적되면서 학생 등하교 시 안전운행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충남도의회 김용필 의원(예산1)이 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76개 유치원과 초교가 통학차량 계약에 학생 통학 외 무상운행 조건을 달았다.

도내 병설 유치원과 초교가 758개교인 점을 감안하면 23%에 달하는 수치다.

해당 유치원과 초교는 통학 거리에 따라 연간 2500만 원(중형)에서 4500만 원(대형)의 예산을 편성, 통학 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일부 기관의 계약 내용 가운데에서는 무상운행과 관련한 조항도 포함돼 있다. 실제 천안 A유치원은 천안관내 현장학습을 갈 때 연간 10회에 한해서 통학차량을 이용키로 했다. 공주 B초교의 경우 아무런 조건 없이 관내 20회를 의무적으로 운행토록 한 조건을 달았다.

논산·계룡 C·D·E 초교는 60㎞ 내에서 연간 48회를 무상 운행토록 못 박았다. 일부에서는 무상운행 특약 조건이 달렸다는 이유로 야유회나 회식 때 사용하는가 하면, 대형 버스에 5명 미만을 태우고 운행하는 사례도 있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은 “학생들을 위해 존재해야 할 통학 버스가 개인 승용차처럼 이용되고 있다”며 “특수 규정을 만들어 통학버스를 악용하고 있다. 이런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을 맺은 업체는 '을' 입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는 적자 위기에 놓인 것으로 전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김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앞으로 통학버스 임차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계약상대자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조건을 정하지 않도록 교육지원청과 각급 학교에 지도하겠다”고 해명했다.

내포=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