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인 기상 깃든 왕릉부터…드넓은 사찰까지

백제인 기상 깃든 왕릉부터…드넓은 사찰까지

  • 승인 2015-08-24 17:52
  • 신문게재 2015-09-01 14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창간 64주년 특집]세계유산 백제유적 8곳 한눈에

세계유산 반열에 오른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전 인류가 보존하고 후손에게 전수해야 할 가치가 녹아 있다. 백제의 역사와 문화, 백제인의 사상과 기술, 정성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인류의 '보석'인 셈이다.

또 해상대국을 꿈꾼 백제인의 높은 기술력과 한·중·일 등 고대 동아시아 왕국의 교류와 발전상도 느껴볼 수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충남 공주 2곳(공산성, 송산리고분군), 부여 4곳(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정림사지, 나성, 능산리고분군) 전북 익산 2곳(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등 모두 8곳이다. 이 유적들은 통치공간으로서의 왕성 및 외곽성 유적, 정신적 공간 및 사후세계로서의 사찰 유적으로 나뉜다.

1. 공산성(공주)=웅진시기(서기 475~538) 산성이다. 금강을 최대한 활용해 축조했으며, 산성 내 왕궁과 주요 시설 등이 확인된 독특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길이가 2660m에 달하는 성체는 대부분 석성으로, 처음에는 토성을 쌓았지만, 나중에 여러 차례 고쳐 쌓으며 석성으로 변화됐다. 내·외성으로 구분되는 토성의 외성은 백제시대 쌓았던 것으로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공산성은 금강과 공산의 자연 지형을 잘 이용, 판축 기술(판자와 판자 사이에 흙을 넣고 다짐)로 성벽을 쌓고 그 안에 왕궁과 기타 건물을 만들었다. 산성 안에 왕궁을 만든 것은 고구려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구조는 평지성과 산성으로 이뤄진 한성과는 다른 구조다.

2. 송산리고분군(공주)=웅진시기 백제 왕릉군이다. 금강 남쪽 송산에 위치한 이 고분군은 왕궁이 있는 공산성에서 서쪽으로 바라보면 보이는 곳에 있다. 돔 형태의 횡혈식석실분과 전축분(벽돌을 쌓아 만든 무덤)이 있다. 1~5호분은 횡혈식석실분이며, 백제 전통의 고분 형태이다. 6호분과 무령왕릉은 볼트형의 전축분으로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형태다. 이들 무덤은 백제가 공주로 천도하는 475년 이후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웅진시대 백제 왕실에서는 이미 횡혈식석실분에 대해 형식이나 구조면에서 제도적으로 일정한 양식을 갖춰 왕실 전용의 무덤 양식으로 완전히 정착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무령왕릉은 도굴되지 않은 채 온전하게 발굴돼 현재까지 주인공과 축조시기(525년)가 확인된 유일한 백제 왕릉이다.

3.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부여)=사비시기(538~660) 백제의 왕궁 관련 유적이다. 백제는 538년에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천도했다. 사비는 백마강이 휘감아 돌고 동쪽은 나성에 의해 방어되는 입지다. 사비도성은 중국 영향을 받아 도성 안은 '5부-5항'이라는 계획적인 도시 계획으로 이뤄졌다. 통치공간은 시가지 중심으로 북쪽으로 위치한 관북리 왕궁과 부소산성으로 이뤄졌다. 관북리 왕궁은 평시에는 후원으로 유사시에는 피난성으로 활용도가 컸다. 이곳에서는 35m×11m의 대형전각 건물지, 목관고, 석관고, 연못 등이 확인되고 있다. 판축기법으로 축조된 부소산성 안에서는 병영지, 창고시설 등이 발굴됐다.

4. 정림사지(부여)=사비도성에서 신앙 공간으로 세워진 사찰이 정림사이다. 정림사는 남북으로 뻗은 사가지의 중심부에 있으며 그 남쪽에는 궁남지가 있다. 이 절터에서는 중문과 금당지, 강당지, 승방지, 화랑지 등이 확인됐다. 사지 중앙부에는 백제의 화려한 문화와 예술, 뛰어난 석조 건축 기법을 확인할 수 있는 정림사지 오층석탑이 자리 잡고 있다. 탑신에는 660년 8월 당나라 소정방에 의해 새겨진 '대당평백제국비명'(大唐平百濟國碑銘)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는 백제 왕조의 명운과 직결된 상징적인 공간으로 정림사가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5. 나성(부여·사진 아래)=나성은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구축한 외곽성으로서 현재의 부여읍을 감싸며 원상을 잘 간직하고 있다. 나성은 고고학적조사 결과 모두 6.3㎞의 구간이 확인됐다. 부소산성에서 시작, 도시의 북쪽과 동쪽을 보호하고 있다. 나성은 방어의 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수도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백제가 나성을 만든 것은 사비 시대가 처음이다. 현재도 부여읍을 감싸며 원래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538년께 완성된 부여 나성은 백제 당시 외곽성 전모를 그대로 보여주는 유일한 사례다. 발굴 결과 나성은 나무기둥을 세우고 나무판을 댄 위 진흙을 쌓아 성벽을 만드는 판축기법으로 축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6. 능산리고분군(부여·사진 위)=능산리고분군은 충남 부여군 능산리 부여나성 바로 밖에 인접해 있다. 백제 왕릉으로 전하는 이 고분군은 동서로 이어지는 해발 121m의 능산리산의 남사면 산록에 위치한다. 좌우로는 야트막한 구릉들이 감싸고 있으며, 고분군 앞으로는 왕포천이라는 개울이 흐르고 있다. 고분군은 3기씩 앞뒤 2열을 이루고, 여기서 북쪽 후방으로 50m의 거리를 두고 1기가 자리하고 있어 모두 7기로 이뤄져 있다. 고분의 내부 구조는 모두 횡혈식 석실분(돔형식)이며 이 가운데 5기의 현실은 단면 6각형 구조다.

7. 왕궁리 유적(익산)=백제 제30대 무왕(600~641)은 왕권 강화와 남방 지역에 대한 확고한 장악을 위해 익산에 제2의 수도를 건설했다. 왕궁리 유적은 높게 조성된 대지 위에 위치해 있다. 높은 곳은 깎아 내고, 낮은 곳은 성토하는 대규모 토목공사를 실시, 왕궁이 들어설 공간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담장이 들어설 지점은 바깥쪽을 경사지게 깎아내서 왕궁 내부가 담장 바깥보다 3~4m 이상 높게 조성됐다. 궁성은 직사각형 공간을 반으로 나눠 앞에는 통치공간, 뒤에는 후원이 있다. 또 주변 자연경관과 어울리게 물이 흐르게 한 형태의 정원을 만들었다. 이 유적에서는 각종 금은제품이 발굴된 공방과 여러 기의 대형 화장실도 발굴됐다.

8. 미륵사지(익산)=이곳은 동아시아 최대 사찰 터로 백제문화의 탁월성과 독창성을 보여주고 있다. 중원은 9층 목탑과 금당으로 서원과 동원은 9층 석탑과 금당으로 이루어졌다. 중원은 미륵사 중심 공간이어서 별도의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고 규모가 가장 컸다. 붕괴된 동석탑은 발굴에서 확인된 노반석과 서탑을 근거로 9층으로 복원됐다. 불안정하게 일부가 허물어진 상태로 6층까지 남아 있는 서석탑은 더 이상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해체 복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석탑 해체 과정에서 출토된 사리봉안기는 서원이 639년에 창건됐음을 증명해 준다.

내포=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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