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설실장 |
10년마다 충남 평균기온 0.95℃가 상승한다고 치고 '1℃에 150㎞'라는 가설에 맞춰 돌려봤다. 30년 후 식물한계선이 427.5㎞ 북상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렇다 저렇다 할 것 없이 감귤이 여수, 거창으로 이동한 것은 상당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과는 충주, 제천을 넘어 정선, 양구, 포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천에서 아열대의 백향과 재배에 성공했다. 망고가 통영에서 나오고 파파야는 제주에서 해남을 찍고 부여로 북상했다.
TV는 또 청주에서 조경용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여준다.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외래 품종은 재배하지 못하는 토종 품종의 증가를 뜻한다. 그런가 하면 국내의 산은 소나무가 줄고 태안반도에서 강릉으로 긋던 대나무 북한계선이 서울 이북으로 북상 중이다.
바다는 어떨까. 천변만화 그 자체다. 기후 변화 설명에 적합한 명태의 급감은 해수 온도 상승이 주범이다. 가곡 '명태'의 '줄지어 떼 지어 찬물을 호흡하던'에 힌트가 있다.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며 춤추'던 명태를 러시아산 동태나 입어료를 주고 잡아온 원양태가 밀어냈다. 국내산은 싱싱한 생태, 얼린 동태, 말린 건태(북어), 얼렸다 녹인 황태 모두 귀하신 몸이다. 책은 눈의 확장, 바퀴는 다리의 확장, 옷은 피부의 확장이라는 마셜 매클루언을 차용해 필자는 입의 확장을 음식으로 바꿨다. 우리에게 입의 확장 이상인 명태의 씨가 말랐다. 명태 새끼 노가리에 내장을 뺀 코다리까지 수입산이다. 근해의 지방태 구경이 힘들자 해양수산부가 나섰다. 마리당 현상금 50만원에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프로젝트를 벌일 지경이 됐다.
한류 생선인 정어리나 청어, 조기와 갈치의 어획량 감소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남·동해를 대표하던 멸치와 오징어는 서해에서 어획량이 늘었다. 수온이 주변보다 낮은 냉수대가 걸쳐진 보령 해역에서는 대구가 잘 잡힌다. 전복은 태안반도에서 양식이 된다.
하지만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이 문제다. 생태 분포 범위나 개체군 크기 등 생물학적 차원에 한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사람이고 인간 거주영역(외쿠메네)이다. 기상재해, 농업과 수산업과 산업 전반의 변화에 대응해 국제사회, 국가, 지자체가 공등 대응해야 한다. 서해안 수온이 2~7℃가량 높아졌을 때는, 생물 서식환경을 얼마나 상실할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여름일수가 139.92일(현재는 115.96일)인 30년 후 충남은 대전, 세종, 충북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배출을 현 수준으로 동결해도 바다가 최장 1000년 동안 따뜻해진다고 미국해양대기청 태평양환경연구소 측은 예견했다. 평균기온이 4℃ 오르면 서해안 지역의 식생 대부분이 아열대화된다고도 한다. 에어컨 더 켜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여지없이 깬다. 너무 뜨거운 전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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