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교육이 뿌리 째 흔들리고 있다. 너도나도 도시로 떠나면서 시골엔 노인들밖에 남지 않았다. 젊은 부부가 없다보니 어린 학생도 없다.자연스레 학교와 학생수는 줄고, 한국의 교육은 대도시로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죽어가는 시골교육을 살리기는커녕, 되려 재정압박을 가해 도시중심 교육을 가속화하려 하고 있다. 학생수에 따라 예산을 주겠다는 정책은 지역 교육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으로 '교육현장 붕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 정부는 자발적 통ㆍ폐합 소규모 학교에 주는 재정인센티브를 강화한다는 핑계로 소규모 학교의 경비마저 줄인다고 한 술 더 뜬다. 수요자 논리를 내세우며 경제성 없는 시골학교를 문 닫으라고 옥죄는 한국 교육의 미래가 어둡다. 이런 정부가 어린 학생들에게 양심과 바른 인성을 강요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학생수 기준 교육재정교부금 배분 정책은 시골교육 몰살정책으로 묘사되고 있다.
학생이 적은 시골학교는 예산지원이 줄어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명맥을 이어온 시골 학교는 문을 닫거나, 사정이 조금 낫다면 옆 지역 학교와 통합할 것이 자명하다.
여기서 절약된 예산은 학생이 많은 서울과 수도권 등 대도시로 몰린다.
▲정부의 재정압박=16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변경ㆍ추진되는 교육재정교부금 배분은 학생수 비중을 기존 30.7%에서 50%로 올리고, 학교수 비중은 55.5%에서 30%로 내리는게 골자다.
충남의 경우 초ㆍ중학교 중 학생수 30명 이하 학교는 46개교, 31~50명은 104개교, 51~60명은 54개교, 61~99명은 92개교, 100명 이상은 311개교다.
농ㆍ산ㆍ어촌이 많은 지역적 특성으로 100명 이하 학교가 전체 607개교의 절반에 달하고,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204개교나 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또 재정인센티브를 강화해 소규모 학교의 자발적 통·폐합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6학급 이하 학교경비마저 세분화,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해 학급수가 적은 학교의 경비를 줄인다는 얘기다.
충남은 6학급 이하 초ㆍ중학교가 226개교로 전체의 37.2%를 차지한다. 결국 학생과 학급수가 많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및 대도시만 예산이 늘고, 충청, 전라, 강원 등 대부분의 도 지역은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충남은 내년 교부금 500억원 상당 축소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운영비 충당금 1100억원까지 모두 1600억원의 재정결손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 경비(경직성 경비)로 지정, 지역 교육청의 재정부담은 더욱 커진다.
▲붕괴되는 시골교육=예산이 줄어드는 만큼 지역 교육청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문제는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등 지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우선 석면교실 철거 및 보수, 학교 내진설계 등 아이들의 안전에 투자할 예산 삭감이 우려된다. 교육을 위해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야 한다.
학부모 이모(42)씨는 “학생수 기준 교부금 배분이 경제 논리로는 당연할 수도 있지만, 지역민들은 교육을 위해 할 수 없이 도시로 떠나야 할 판”이라고 아쉬워했다.
현장에서는 진정한 교육의 붕괴를 성토했다.
지역 한 교사는 “나고 자란 고향에서 교육받을 권리마저 빼앗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정(情)과 양심, 인성을 가르친다면 '모순'일뿐만 아니라 되레 거부감과 반항심만 갖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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