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없는 지방학교 지원 끊겠다는 정부

  • 사회/교육
  • 교육/시험

학생 없는 지방학교 지원 끊겠다는 정부

학생수 비중 예산지원, 도시학교만 배불리는 꼴 도교육청 재정난 악화, 피해 고스란히 학생에게

  • 승인 2015-08-16 16:55
  • 신문게재 2015-08-17 1면
  • 유희성기자유희성기자
[교부금 축소에 붕괴되는 시골교육] 1. 경제논리에 짓밟힌 교육

시골교육이 뿌리 째 흔들리고 있다. 너도나도 도시로 떠나면서 시골엔 노인들밖에 남지 않았다. 젊은 부부가 없다보니 어린 학생도 없다.자연스레 학교와 학생수는 줄고, 한국의 교육은 대도시로 집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죽어가는 시골교육을 살리기는커녕, 되려 재정압박을 가해 도시중심 교육을 가속화하려 하고 있다. 학생수에 따라 예산을 주겠다는 정책은 지역 교육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으로 '교육현장 붕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여기에 정부는 자발적 통ㆍ폐합 소규모 학교에 주는 재정인센티브를 강화한다는 핑계로 소규모 학교의 경비마저 줄인다고 한 술 더 뜬다. 수요자 논리를 내세우며 경제성 없는 시골학교를 문 닫으라고 옥죄는 한국 교육의 미래가 어둡다. 이런 정부가 어린 학생들에게 양심과 바른 인성을 강요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학생수 기준 교육재정교부금 배분 정책은 시골교육 몰살정책으로 묘사되고 있다.

학생이 적은 시골학교는 예산지원이 줄어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명맥을 이어온 시골 학교는 문을 닫거나, 사정이 조금 낫다면 옆 지역 학교와 통합할 것이 자명하다.

여기서 절약된 예산은 학생이 많은 서울과 수도권 등 대도시로 몰린다.

▲정부의 재정압박=16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이번에 변경ㆍ추진되는 교육재정교부금 배분은 학생수 비중을 기존 30.7%에서 50%로 올리고, 학교수 비중은 55.5%에서 30%로 내리는게 골자다.

충남의 경우 초ㆍ중학교 중 학생수 30명 이하 학교는 46개교, 31~50명은 104개교, 51~60명은 54개교, 61~99명은 92개교, 100명 이상은 311개교다.

농ㆍ산ㆍ어촌이 많은 지역적 특성으로 100명 이하 학교가 전체 607개교의 절반에 달하고,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204개교나 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또 재정인센티브를 강화해 소규모 학교의 자발적 통·폐합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6학급 이하 학교경비마저 세분화,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해 학급수가 적은 학교의 경비를 줄인다는 얘기다.

충남은 6학급 이하 초ㆍ중학교가 226개교로 전체의 37.2%를 차지한다. 결국 학생과 학급수가 많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및 대도시만 예산이 늘고, 충청, 전라, 강원 등 대부분의 도 지역은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충남은 내년 교부금 500억원 상당 축소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운영비 충당금 1100억원까지 모두 1600억원의 재정결손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 경비(경직성 경비)로 지정, 지역 교육청의 재정부담은 더욱 커진다.

▲붕괴되는 시골교육=예산이 줄어드는 만큼 지역 교육청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문제는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등 지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우선 석면교실 철거 및 보수, 학교 내진설계 등 아이들의 안전에 투자할 예산 삭감이 우려된다. 교육을 위해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야 한다.

학부모 이모(42)씨는 “학생수 기준 교부금 배분이 경제 논리로는 당연할 수도 있지만, 지역민들은 교육을 위해 할 수 없이 도시로 떠나야 할 판”이라고 아쉬워했다.

현장에서는 진정한 교육의 붕괴를 성토했다.

지역 한 교사는 “나고 자란 고향에서 교육받을 권리마저 빼앗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정(情)과 양심, 인성을 가르친다면 '모순'일뿐만 아니라 되레 거부감과 반항심만 갖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포=유희성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1.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대전시노인복지관협회 종사자 역량강화 워크숍
  4.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