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ETRI 홍보팀장 |
오로지 선전하는 것은 반도체 뿐. 6.2% 증가세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불황탓으로 중국도 겨우 2.3% 증가했고 미국이나 일본도 각각 1.1%, 3.4% 감소했다. 이는 중국발 화웨이, 샤오미 등 글로벌 경쟁 속에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애플 아이폰의 우리나라에서의 인기 덕분에 부품 역수입도 늘어났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를 비롯 중국의 행보를 볼 때 최근 우리 ICT산업은 기술력과 자본을 확보한 중국, 엔저 기반으로 다시 성장하고 있는 일본 사이에 낀 넛 크래커(Nut-Cracker) 상황이다.
재미있는 것은 ICT는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치르면서 퀀텀점프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일본이 1964년 도쿄에서 치른 하계올림픽에서 최초의 컬러TV 위성중계로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HDTV가 불티나게 팔려 관련시장을 성장시켰다. 내년에 개최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초고화질(UHD)TV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오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가(Giga)올림픽으로 치르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2년뒤인 2020년에 일본이 또 한 번의 하계올림픽을 도쿄에서 치르는데 이들의 목표도 기가올림픽이다.
우리가 2018년을 성공적인 기가올림픽으로 이끈다면 문제는 없지만, 어설프게 또는 미완의 기가올림픽이 된다면, 도쿄는 웃고 있을 것이다. ICT업계에서 2년이란 아주 긴 시간이다. 심지어 ICT의 1일은 타 분야의 1달에 버금갈 정도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비유하는 이도 있다.
엊그제 일본이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ICT 고도화 전략을 내놨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핵심 분야에서 표준을 정립해 부가적인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거나 연구하고 있는 분야와 너무나도 겹쳐진다. 우리는 평창에서 반드시 5G, 기가코리아의 골을 넣어야 한다.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의 총감독에 송승환 교수가 선정되었다. 우리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최고의 ICT기술과 어떻게 조합해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할지 자못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평창에서 헛발질을 해서 일본을 기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삼성과 LG, SKT가 일본의 소니처럼 핵심전략사업을 접어야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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