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유물 훔쳐 박물관에 판 일당 검거

대전경찰, 장물업자 등 5명 입건… 국보급 '장계별책' 소유권 주목

국보급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물 '장계별책'을 유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무공 후손의 지인이 장물업자에게 넘겼고 부산의 한 박물관이 이를 사들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가운데 충무공 후손에게 되돌아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화재를 유출 및 은닉·취득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김모(55)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7년 6월 아산 소재 이순신 장군 15대 종가에 찾아가 평소 알고 지내던 종부 최모(59ㆍ여)씨와 집을 정리하다가 고서 112권을 자신의 집인 천안으로 가져왔고, 2011년 6월 말까지 창고에 숨겼다. 그는 이후 고서를 매매업자 조모(67)씨 등 3명을 거쳐 문화재 경매사이트에 팔았으며 2013년 4월엔 국립해양박물관에 3000만 원을 받고 '장계별책'을 넘겼다.

국립해양박물관 측은 경찰과 문화재청의 반환 요청에 대해 “구입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장계별책'은 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며 문화재청에 위탁 보관된 상태다. '장계별책'은 1592년부터 1594년까지 이순신 장군이 선조와 광해군에게 올린 임진왜란 상황보고서 68편을 모아 1662년에 필사한 책이다. 여기엔 국보 제76호인 난중일기 및 임진장초엔 없는 장계가 포함돼 있으며 임진왜란 중 병조판서를 역임한 이항복이 이순신에 관해 쓴 '이통제비명'등이 수록돼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 받는 국보급 문화유산이다.

경찰은 지난 4월 도난당한 국보급 문화재가 부산의 한 박물관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김씨가 '장계별책'과 함께 훔친 '종계좌목', '요람', '사마법직해', '구성궁예천명서법', '다보탑비타본첩', '청금록구안' 등 109권의 고서를 압수해 종가에 돌려줬다.

김연수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박물관 측은 개관을 앞두고 현충사에 방문해 관련 유물 6점을 복제했고 이 과정서 '장계별책'이 충분한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는 것을 판단한다”며 “김씨가 훔친 책 중 사라진 2권에 대해서도 빠른 시일 내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