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여행. 그동안 보지 못한 얼굴을 보고 싶어 밤을 걸었다. 그 사이 야경투어버스를 운영할 만큼 목포는 매력이 늘었다. 자네 인자 왔는가, 도시가 빛으로 환영했다.
호남선 목포역을 나서면 큰바위 얼굴 같은 기암괴석, 유달산이 보인다. 야경을 보기 전 들르기로 마음 먹었으니 무작정 위로 방향을 잡고 올랐다. 길에서 근대역사관이 된 옛 일제 동양척식주식회사와 일본영사관 건물을 만났다. 일제가 만든 세월의 주름. 근대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 벽을 더듬어 가며 만졌던 기억이 났다.
산에 오를 땐 자꾸 뒤를 돌아봤다. 고개만 돌려도 항구가 보이는 경치 때문이다. 최고 높이가 229.5m 로 동네 뒷산만큼 아담한데 풍경은 절경이니 도시의 주인공으로 사랑받을 만하다. 골목 사이 낡은 건물도 작고 귀엽게 보였다. 예전엔 계단 아래 색소폰 부는 아저씨가 항상 있었는데 언제부터 안 온 건지, 이날만 쉬는 건지 들을 수 없었다.
세상 모든 기다림은 길다. 여름해의 길이를 새삼 느꼈다. 산을 내려와 목포대교 야경을 보기 위해 해안도로를 저녁 7시부터 걸었는데도 날이 환했다. 셔터가 내려진 수산공판장, 생선을 내려놓은 텅 빈 리어카, 길 한가운데 누운 백구. 바다가 그려진 벽 옆에서 그물 손질을 하는 할머니들을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찰칵, 누군가의 노동을 너무나 쉽게 감상으로 삼는다. 여행을 할 때마다 어쩐지 미안한 이유다.
목포대교는 8시쯤 불을 켜고 바다에 붉은 빛줄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노을의 여운에, 바다는 밤을 맞는 예감에 물들어 갔다. 대교의 메인 장식까지 불이 들어온 건 8시 13분. 맨 꼭대기의 붉은 조명 아래로 하얀 색 조명들이 사선으로 이어졌다. 학 두 마리가 날아오른다. 대교를 지을 때 형상화 했다던 모습이 과장이 아니었다. 한복 입은 미인마냥 요란하지 않게 곱다. 목포 남쪽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세 여인의 넋이 학이 됐다는 삼학도도 있으니 이 바다는 학 다섯 마리, 어찌보면 다섯 여인을 품은 셈이다.
광장 인파 일부를 따라 갓바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나무데크를 놓아 산책하는 주민이 많은 곳이다. 갓바위에는 아버지의 관을 바다에 빠뜨린 아들이 하늘을 바라볼 수 없다며 갓을 쓰고 자리를 지켰다는 전설이 있다. 당연히 효도하라고 지어낸 이야기. 엄마와 팔짱끼고 구경나온 효녀가 웃는다. 큰맘 먹고 나서지 않아도 언제든 가족과 밤바다를 거닐 수 있는 목포 사람들. 짭짤한 비린내와 선선한 바람, 낭만을 일상에 품을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가는길=서대전역에서 무궁화호로 3시간 50분, 새마을호로 3시간 정도 걸린다. 걷기 부담된다면 10월까지 운영하는 야경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8월까지 저녁 7시, 그 이후에는 7시 반에 역 앞에서 예약 또는 선착순 탑승할 수 있다.
▲먹거리=홍어, 민어 등 항구음식이 좋겠다. 역에서 두 골목 정도 떨어진 코롬방제과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전국 5대 빵집으로 알려져 있다. 크림치즈바게트가 유명하다.
글·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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