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광복절을 앞둔 가운데 만주에서 일제를 벌벌 떨게 한 김좌진 장군을 흉조(凶鳥)로 알려진 올빼미과 새에 비유한 공공시설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해당 시설은 김좌진 장군 출생지인 홍성에 소재, 자칫 고향에서 독립투사 이미지가 실추될 우려를 낳고 있다. 홍성군이 민간에 위탁 관리하는 '홍성 조류탐사과학관' 전시실 한쪽에는 이곳 출신 위인들에 대한 설명을 해놓았다. 그러면서 김좌진 장군 이름 앞에 수리부엉이 수식어가 달려 있다.
관람객들이 장군 호 혹은 별명이 수리부엉이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충분히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바로 밑에는 수리부엉이에 대한 설명도 첨부돼 있다. 천연기념물 제324호인 수리부엉이는 몸 길이 70㎝가량으로 국내 올빼미과 조류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올빼미과 새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적하며 부적절한 비유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에서 부엉이는 예로부터 해괴한 울음소리와 묘한 인상 탓에 흉조로 인식돼 왔다. 태조 이성계 등 조선의 일부 왕들은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리면 거처를 옮기거나 제를 지내기도 하는 등 경계해 왔다.
이같은 점 때문에 공공시설에서 김좌진 장군을 수리부엉이로 비유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불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공무원 A씨는 “만주벌판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무력투쟁을 이끄신 김좌진 장군을 올빼미에 비유하는 것은 독립투사에 대한 홀대 아니냐”라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장군을 수리부엉이로 생각할까 봐 아찔하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류탐사과학관 측은 김좌진 장군 이름 앞 수리부엉이 수식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곳 관계자는 “이 새가 대형 조류이며 앞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장군이 만주벌판에서 활동한 기상과 비유하기에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한 것”이라며 “절대 장군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어서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관람객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이같은 의도를 잘 이해할 수 있게 알림판을 세우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내포=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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