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 성범죄자 활보]늑장신고·더딘 추격… 2차 피해 불렀다

감호소, 수형자 수갑 풀어주고 도주하자 허둥지둥 신고 지체에 경찰 공개수사 전환도 한밤중 이뤄져

●탈주 성범죄자 활보 '공포의 28시간'

▲ 경찰 브리핑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도주한 김선용에 대한 브리핑이 11일 대전둔산경찰서에서 진행된 가운데 이항렬 형사과장이 조사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지난 9일 대전에서 발생한 특수성폭력범의 수형시설 탈주는 애꿎은 여성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하고 자수의 형태로 마무리됐다.

성범죄 강력범을 소홀히 감시해 도주를 막아내지 못하는 순간부터 추가 범죄가 우려됐으며, 뒤늦은 신고와 좀처럼 속도를 높이지 못한 추격에 범죄 피해자 발생을 초래했다.

11일 대전 둔산경찰서의 검거 브리핑에 따르면 일요일이었던 이날 오후 2시 17분께 대전 서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나흘째 입원해 있던 공주치료감호소 수형자 김선용(33)씨가 감시가 소홀한 틈에 병원 수형시설에서 도주했다.

“화장실에 가겠다”는 김씨의 요구에 계호직원은 김씨의 발목에 있던 수형기구를 제거해 줬고, 화장실에서 1~2m 떨어진 곳에서 특수성폭력범의 탈주를 막아내지 못했다.

공주치료감호소 직원들은 경찰 신고도 늦춘 채 자체 검거에 나섰고, 같은 시각 탈주한 성폭력범 김씨는 인근 아파트 의류수거함에서 구한 생활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인 도주를 시작한 상태였다.

수형자가 도주한 지 무려 1시간 30분이나 지나서야 112로 신고됐고, 경찰은 기차역과 터미널에 형사들을 급파해 김씨가 대전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했지만, 김씨를 검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수형자의 도주 신고가 늦어지고 경찰이 현장을 인계받아 새롭게 수사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특수성폭력범의 탈주를 알리는 공개수사는 사건발생 8시간 만인 오후 9시 50분께서야 이뤄졌다.

특히, 수형자의 탈주사실이 뒤늦게 신고되면서 경찰이 김씨의 뒤를 쫓는 추격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시민의 신고로 서구 둔산동 아파트에서 병원복을 놓고 간 것이 처음 확인됐고, 또 다른 제보로 도주 당일 오후 6시 20분게 중구 대흥동의 거리를 걷는 김씨가 10일 확인됐다.

김씨는 걸어서 중구 대흥동과 동구 인동까지 이동했으며 이때 다세대주택 옥상에 올라가 슬리퍼를 갈아신고 흉기로 사용할 둔기까지 확보했다.

경찰은 탈주자가 지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의 CCTV를 소유자 동의를 구하고 열람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적잖게 소요됐다.

김씨는 9일 저녁을 대덕구 중리동의 학교와 거리에서 밤새 오갔고, 10일 오전 9시 30분 출근하는 자영업의 여성을 범죄 표적으로 삼았다.

김씨는 피해 여성의 사업장에서 자수 직전까지 8시간 머물렀으며, 여성의 휴대폰을 통해 자신이 추적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김씨는 같은날 오후 5시 52분께 경찰에 전화해 자수의사를 밝히고 6시 55분께 대전 둔산경찰서에 피해여성과 동행해 자수했고, 이때까지 경찰은 김씨의 9일 밤 행적까지 파악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치료감호법ㆍ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