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가의집 명칭 변경 논란의 핵심은 '시민'이다. 명칭에 시민을 포함하는 것을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찬성 측은 시민들도 예술가의집을 사용하는 만큼, 시민이 명칭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반대 측은 시민 모두가 예술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굳이 명칭을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명칭 논쟁중인 대전예술가의 집. |
실제 시민들이 연극이나 무용, 음악 공연이나 다양한 사진, 미술 전시 등을 관람할 뿐만 아니라 직접 참여할 수 있음에도 명칭에 시민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난센스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 명칭에서 오는 거부감 때문에 시민들의 예술가의집 이용률이 낮을 수도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대전예술가의집 자리가 옛 대전시민회관 자리였던 만큼, 이를 추억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이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경훈 대전시의원은 “예술가의집이라는 명칭은 시민들한테 예술인들만 사용하는 공간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실제 시민들이 사용하는 곳인 만큼, 시민이 포함된 명칭으로 변경해 시민들이 느끼는 거리감을 줄이고, 시민과 예술인이 하나되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모두가 예술가인 만큼, 현 명칭이 타당해=명칭 변경 반대 측은 '시민 모두가 예술가'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현 명칭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예술가의집에 대해 시민들이 느끼는 거리감은 명칭 변경이 아닌, 다양한 홍보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을 통해 개선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도 높다.
게다가 명칭 변경이 진행될 경우 도로 표지판은 물론 홍보책자, 내부 디자인 등의 교체가 불가피한데, 예상 비용이 3000만원 이상이어서, 예산 낭비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도 제시되고 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시민들이 예술가의집에서 실질적으로 하는 활동은 관람 정도로 입주해있는 문화예술단체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공간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상언 전 대전문화재단 대표는 “처음부터 공간 구조상 안타깝게도 시민의 일부가 예술 감상만 가능할 수밖에 없는 대전예술가의집과는 달리 시민 참여 기능이 높은 서울 예술가의집의 경우 '시민'을 넣자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우회적으로 변경 반대의 뜻을 밝혔다.
▲명칭 변경 논란은 장기화될 듯=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은 7월 한 달간 예술가의집 명칭변경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은 전문패널조사와 대전시, 대전문화재단 홈페이지 온라인 투표로 진행됐다.
그 결과 '현 명칭을 유지해야 한다(940명)'는 의견이 '변경해야 한다(862명)'는 의견보다 다소 우세하게 나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응답자가 가장 많은 전문패널조사(1802명 참여)에선 변경 찬성(567명)이 변경 반대(439명)보다 많았다.
문화재단 홈페이지가 일반 시민들보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주로 접속한다는 점에서, 조사 대상자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문화예술단체가 명칭 유지에 투표하기로 뜻을 모았다는 의혹도 있어 설문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시민공청회나 토론회, 전문가회의 등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공론화된 자리에서 의견을 모으겠다는 입장이지만, 명칭의 '시민' 포함 여부에 대해 의견차가 커 당장 결정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전예술가의집 명칭 변경에 대해 논의할 계획을 갖고 준비 중”이라며 “토론회나 시민공청회 등의 자리에서 끝장토론을 하는 것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여러 의견을 종합해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인이 공감할 수 있는 명칭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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