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마당 E열 8번 좌석에서 바라본 큰마당 무대. 난간이 무대를 가리고 있다. |
지난달 22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 김지희(34·여)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대에선 연정국악원의 개원 기념을 축하하는 KBS국악관현악단의 공연이 한창이었지만, 김 씨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좌석 옆에 설치된 난간이 무대를 가린 탓이다. 김 씨가 앉은 좌석은 E열 8번으로, 큰마당 양쪽 사이드에 설치된 가변석 중 하나다. 가변석은 한 열에 좌석이 하나만 있다. 신명나는 공연에 함께 취하고 싶어 몸도 돌려보고, 목을 내밀어도 난간은 김 씨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좋은 공연을 기대하고 왔던 김 씨는 아쉬움만 가득한 채 연정국악원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공연장 양쪽 가변석에 설치된 난간이 관객들의 공연 관람을 방해하고 있다.
5일 대전시와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등에 따르면 연정국악원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난 6월 17일 정식 개관했다. 큰마당(750석)과 작은마당(338석) 등 2개 공연장을 비롯해 대·중 연습실, 분야별 국악연습실, 국악자료실 등 중부권 최대 규모의 국악공연 인프라를 자랑한다.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10차례의 개원 기념 공연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호응도에 비례해 사이드 가변석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지난달 1일 첫 공연을 관람했다는 이모(40)씨는 “중앙 쪽 좌석이 매진돼 어쩔 수 없이 사이드 가변석에 앉았는데, 난간이 무대를 가려 답답했고 많이 거슬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기자가 직접 연정국악원 큰마당을 찾아 김 씨가 앉았던 E열 8번 좌석에 앉아봤다. 무대는 기자가 앉은 좌석으로부터 11시 방향에 위치했는데, 검은색의 2중 난간이 무대를 정확히 가리고 있었다. 허리를 곧게 펴고, 목을 길게 내밀어봤지만, 무대 중앙을 위쪽 난간이 가렸다. 반대로 몸을 숙여 아래쪽과 위쪽 난간 사이의 공간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위에서 내려 보는 것보다는 편하고 한눈에 들어왔지만, 기자의 시야에서 난간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이드 가변석을 차례로 앉아보며 확인한 결과, 난간이 무대를 가리지 않는 시야를 제공하는 좌석은 없었다.
전체 750석의 큰마당 좌석 중 사이드 가변석은 모두 28석이다. 1층 왼편과 오른편에 각각 10석이, 2층엔 각각 4석이 설치돼 있다. 작은 마당의 경우 양쪽에 각각 16석의 가변석이 있다. 사이드 가변석은 한 열에 좌석이 하나만 설치돼 있다. 이때문에 사이드 가변석은 양 옆의 관객에게 방해받지 않고, 공연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혼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선호하는 좌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람객의 시야를 난간이 가리면서 사이드 가변석의 장점이 무색해지고 있는 셈이다.
연정국악원 측은 사이드 가변석의 시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건축법에 따라 1m20cm 높이의 난간을 유지해야 하고, 난간을 철거할 경우 낙상 등 안전사고의 위험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난간을 통유리로 대체하는 방안은 유리가 소리를 튕겨내 공연 관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연정국악원 관계자는 “이달은 공연이 없는 만큼, 사이드 가변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건축법과 안전문제 등으로 난간을 철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사이드 가변석을 기존 좌석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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