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하기관장(공기업, 출연기관장) 간담회에서, 권선택 시장과 산하기관장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전시 제공 |
“솔선수범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하면 방향이 맞지 않는다.” “국경일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임기는 존중하지만 보장하진 않는다.”
학교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들이 대전시장과 시 산하 공기업 사장, 출연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쏟아졌다. 말 그대로, 언중유골(言中有骨)이다.
권선택 시장이 산하기관장들 전체와 간담회를 개최한 건 올해 처음이다. 시작은 칭찬과 격려였다. 공사와 공단의 부채율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적고 여러 평가에서도 상당한 성과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곧이어 권 시장은 거침없을 정도로 호된 질책을 시작했다. 우선 산하기관의 위치와 역할, 사명을 분명히 해달라고 했다. 153만 시민과 함께 시정을 운영하는 기관임에도, 기관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적 기업 같다고 지적했다.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조성과 성북동 골프장, 워터 슬라이드 행사 등 주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와 자치구 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부분도 언급했다.
권 시장은 “동반자적 관계로 힘을 합쳐서 업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기관의 독자성과 자율성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정책이나 사업을 만들 때 사전 협의를 통해 민선 6기 시정의 목표와 방향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기관과의 소통과 대화도 강조했다. 권 시장은 “여러 기관과 큰 틀에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특히, 사전에 간담회나 브리핑 등을 통해 공감대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시의회와 언론, 내부 노조 등과의 건전한 협력관계도 주문했다. 무엇보다 권 시장이 이날 강조한 기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다.
권 시장은 “시와 산하기관이 하는 각종 공공활동이 많아 협조가 잘돼야 하지만, 국경일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라며 “대민기관의 대표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 엄중하게 경고했다. 권 시장은 “임기는 존중받을 수 있지만, 보장받는 건 아니다. 신상필벌은 조직의 기본 원리”라고 강조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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