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 “긴 터널 빠져나온 기분…시민에 사랑받는 병원 만들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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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정 “긴 터널 빠져나온 기분…시민에 사랑받는 병원 만들것”

2천여명 참석했던 주민잔치 …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포기할까도 생각한 '51병동' …자원해 준 의료진에 감사해

  • 승인 2015-07-27 14:19
  • 신문게재 2015-07-28 10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메르스 최전선 용사들을 만나다] 4. 오수정 대청병원장

'대청병원 5101호'. 대전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확진자인 16번 환자가 입원했던 병실이다. 그가 이곳에 6일간(5월 22~28일) 입원하면서 51병동에 머물던 환자들은 메르스에 노출되고 말았다. 5월 31일 1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게 병원에 통보됐다. 순식간에 병원은 전쟁터로 변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확진자가 발생했다. 병원엔 추가환자 발생을 막기 위해 '코호트(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졌다. 병원이 하나의 섬처럼 고립됐다. 의료진과 직원들은 지쳐갔지만, '우리가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 하나로 이를 악물었다. 군 의료진이 투입되고, 지역민들의 응원이 이어지자 대청병원도 기운을 차려 반격에 나섰다. 이후 '국민안심병원' 지정을 받으면서, 메르스를 완전히 몰아냈다는 것을 증명했다. 대청병원 오수정 원장은 메르스와 벌인 사투의 시간을 “긴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고 표현했다. 오 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청병원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격전지 중 하나였는데 뒤돌아본다면.

▲대전 첫 메르스 확진자인 16번 환자가 6일간 우리병원에 머물다 건양대병원으로 옮겨갔고, 5월 31일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날 병원에 이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때부터 시작이 됐다. 첫 번째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의 경우를 봤다. 이곳에서부터 전국으로 메르스가 퍼지기 시작한 게 아닌가. 과감히 병원 운영을 포기하고, 환자를 끌어안았다. 접촉자로 분류된 의료진과 직원들을 자가격리했고, 코호트 조치로 인한 환자, 보호자, 간병인 등 137명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대학병원이 아닌 중소병원인데다가 자가격리 중인 의료진, 직원이 대다수여서 남은 사람들의 피로도가 극심했다. 군 의료진이 투입되고, 메르스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상황은 좋아졌지만,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했다. 그래도 잘 이겨냈다고 평가하고 싶다.

-16번 환자가 내원하는 날, 개원 기념 주민잔치가 있었지만 불과 1시간 차이로 엇갈렸다고.

▲그렇다. 주민잔치가 끝난 후 1시간 가량 뒤에 16번 환자가 우리병원을 찾았다. 사실 적지 않은 수의 환자가 발생했지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대청병원이 5월 21일에 개원식을 했다. 다음날인 22일 주민잔치를 했다. 그런데 이날 16번 환자가 주민잔치가 끝난 1시간 후에 병원에 왔던 것이다. 잔치가 한창인 그때 내원했다고 가정해 본다면 진짜 재앙이다. 우리측 추산으로 인근 주민 2000여 명이 잔치를 찾았다. 이들 모두 격리되어야 함은 물론 그 당시부터 16번 환자가 메르스 바이러스를 품고 있었던 만큼, 지역사회로의 감염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과감히 병원 운영을 포기하고 환자를 끌어안았다고 했는데, 코호트 조치 당시 심정이 궁금하다.

▲우선 병원 설립자로서 운영과 경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16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자로 판정된 후 그가 머물렀던 51병동 환자들을 관리하는 게 가장 급선무였다. 딱 떠오른 생각이 '일단 막아야겠다' 였다. 이런 생각이 가장 앞섰다. 환자들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당분간 병원 운영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가지를 다 가지고 갈 수는 없었다. 병원 운영을 포기하지 않으면 관리가 불가능했다. 물론 우리 병원규모에서 힘들었지만, 코호트 조치를 진행했다.

-인력부족을 가장 심각했던 문제로 꼽았는데,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16번 환자가 입원했었던 51병동 근무자들과 그를 진료했던 의료진들을 자가 격리했다. 그때 40여 명이 나갔다. 진료과는 물론 한 병동 근무자들이 다 나간 거나 다름없다. 다른 병동의 간호사들이 대체 투입됐지만, 이들도 사람이라 51병동 입실을 꺼렸다. 무서울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이때 간호부장을 비롯한 수간호사들이 나섰다. 직접 방호복과 보호장구 등을 착용하고, 51병동으로 들어가 환자들을 돌봤다. 선배들의 모습에 일반 간호사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발휘됐다고 본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상당히 고비였다. 그러나 이것도 한계는 있었다. 피로가 점점 쌓이고, 몸과 마음이 지쳐갈 수밖에 없었다. 코호트 조치가 시작된 후 계속 간호 인력의 충원을 요청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인력 확보가 안되다 보니 우리 환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국군대전병원에서 격리병상을 확보했다고 해서 그쪽으로 환자를 보냈다. 또 국군 의료지원단 24명이 파견됐다. 그러면서 인력 문제가 해결됐고, 차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어려운 점은 없었나, 대청병원이 메르스 병원이라는 이미지 타격도 있을 것 같다.

▲메르스 사태 초기엔 지역민들이 대청병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의료진과 직원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까지 지역민들로부터 소외당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압박을 받았다거나, 학교에 나간 아이들은 '왕따'를 당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한번은 적십자 자원봉사단이 우리병원에 와서 봉사하고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봉사단원들의 아는 사람들이 대청병원에 갔다 왔다는 이유로 이들을 밀쳤다고 한다. 그땐 정신이 없어 서운하고 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는 도중에 우리가 메르스를 이겨내는 모습을 지켜보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나타났다. '대청병원이 시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고 인정해주셨던 것이다. 면역력에 좋다고 블루베리를 갖다 주셨고, 날씨가 더워 시원한 냉면을 먹어야 한다며 냉면도 보내주셨다.

-인력 문제를 얘기할 때 눈시울이 계속 붉어졌는데, 특별히 감사함을 표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우리 직원들에게 너무 고맙다. 대청병원이 노인질환중심종합병원을 지향하다보니 대개 노인환자들이 많다. 어려운 일을 묵묵히 잘 해줬다. 모두 '우리가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나가 돼 노력해줬다. 솔직히 의사나 간호사 몇 명은 감염이 될 줄 알았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환자를 간호했기 때문이다. 겁이 나고, 무서우면 환자와 접촉을 하지 않게 되는데 그 반대였다. 최선을 다해준 우리 의료진,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번 일로 단합은 물론 자부심까지 생긴 것 같다. 물론 한걸음에 달려와준 국군 의료지원단과 우리 병원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하다.

-현재 병원운영의 회복 상황은 어떤가.

▲긴 터널을 지나온 것 같은데, 지나고 나니 더 힘든 게 가로막고 있더라. 메르스와의 싸움으로 신경쓰지 못했던 병원 운영이었다. 병원이 환자가 없으니 병원 운영이 당연히 걱정될 수밖에 없었고, 혹시 직원들은 동요하지 않을까. 유지는 잘 될 것인가 등 걱정이 많다. 현재 외래 환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입원환자도 100여 명 정도다. 응급실 환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이제 메르스라는 큰 어려움을 겪은 만큼, 열심히 한다면 빠른 시간 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께 하고 싶은 말은.

▲ 메르스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어려운 과정을 거친 만큼 단결됐다. 또 병원이 메르스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인정도 받았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지역민들을 위해 진료하고, 봉사하는 것만 생각하겠다. 시민들이 우리병원을 더 사랑하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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