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과 충남·북에서 서식하는 생태계 교란생물. |
외국에서 들어온 생태계 교란생물이 대전과 충남·북에서 서식지를 확장하며 우리 고유종의 서식처를 조금씩 빼앗고 있다.
대전 3대 하천과 충남 저수지에서 고유어종을 먹잇감 삼는 붉은귀거북과 큰입배스가 쉽게 목격되고, 전에 없던 가시박과 돼지풀 등이 왕성하게 성장하며 들과 밭에서 우리의 꽃과 풀을 몰아내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 교란종이 어디서 어떻게 확산되는지 조사되거나 이들을 제거하는 정책은 기관마다 제각각 진행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생태계 교란생물은 이미 대전의 하천과 들에서 쉽게 목격되는 터줏대감이 됐다.
대전 중구 뿌리공원 침산보 아래 유등천 상류에는 어류와 수서곤충 및 양서류 등을 잡아먹어 먹이사슬을 어지럽히는 붉은귀거북이 관찰되고 있다. 또 천변을 산책하다보면 작은 나무부터 풀을 덩굴로 뒤덮어 무성하게 자라는 가시박부터 쑥처럼 생겨 2~3m크기로 자란 돼지풀까지 목격되고 있다. 토종 어류와 알을 잡아먹어 고유어종에 피해를 초래하는 큰입배스도 이미 갑천과 유등천에서 매년 대량 포획되고 있다.
이 밖에도 다른 식물 성장을 방해하는 단풍잎돼지풀, 밀집생육해 토착식물 생육억제와 수변식생을 파괴하는 미국쑥부쟁이까지 쉽게 목격된다.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대전과 충남·북의 주요 하천과 들에서 생태계 교란생물 모니터링을 진행한 보고서 역시 외래 동·식물이 토종 생물의 서식처를 잠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충남 논산 광석면에서는 가시박 면적이 2010년 조사 때 500㎡에서 2014년 1500㎡로 크게 늘었고, 붉은귀거북은 충남 천안 상암방죽과 충북 음성 소이면에서 각각 확인됐다.
또 충남 논산과 충북 청주·괴산에서는 뉴트리아 번식이 확인됐으며, 충남 부여군 복심저수지에서는 여전히 황소개구리가 서식하고 있다.
세종시 연기면에서는 토착식물 생육을 방해하는 미국쑥부쟁이가 국내에서 가장 넓게 서식하고 있으며, 서산시 원벌리에서는 애기수영이 확인됐다.
문제는 생태계 교란종이 서식지를 확장하면서 우리 눈에서 사라진 토종 생물에 대해서는 무엇이 있는지도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들레, 버들강아지, 냉이, 질갱이까지 하천변에서 쉽게 관찰되던 우리 식물은 교란종의 확산 속에 이제 귀한 존재가 됐다.
특히, 생태계를 파괴하는 교란 생물 18종을 환경부가 지정해두고도 이를 제거하는 작업은 진행되지 않거나 일부 기관마다 제각각 이뤄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전에서 하천 내 교란 어류에 대한 포획이나 제거작업은 진행되지 않고, 가시박 등 제거작업도 공공근로 사업 수준에서 간간이 이뤄지고 있다.
금강유역환경회의 유진수 사무처장은 “관심을 쏟지 않는 사이 생태계 교란생물이 하천과 들에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우리 고유종의 서식처를 빼앗고 있다”며 “환경부가 주관해 교란종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제거까지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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