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연구기관과 중소기업 상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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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리뷰]연구기관과 중소기업 상생의 길

  • 승인 2015-07-23 13:48
  • 신문게재 2015-07-24 19면
  •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 이영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디스플레이부품 생산업체인 유테크(대표 유봉근)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들어가는 도광판과 몰드프레임 성형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이다.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제품을 공급할 만큼 판로가 안정적인데다 남다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전망도 밝다. 그러나 창업 이래 비교적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려온 이 회사도 존망을 걱정해야할 만큼 위태로운 순간이 있었다.

스마트기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화면과 제품 두께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디스플레이 소재를 얇고 균일하게 가공하는 기술이 절실했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치열한 기술경쟁의 와중에 많은 경쟁업체들이 문을 닫았고 유테크도 한계에 부닥쳤다. 강도가 높은 소재를 최대한 정밀하게 가공해 달라는 게 주문업체의 요구였지만 회사가 갖고 있는 기술이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회사 설립 5년만의 일이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기술력, 보다 정확히는 기술을 보유한 인재가 절실했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였다. 대기업도 개발이 쉽지 않은 소재가공 분야의 첨단 기술을 중소기업이 단기간에 개발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일 터. 변변한 자체 연구인력이 없었던 데다 무엇보다 당시 회사 형편으로선 이 정도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최상급 인재를 모셔오는 것은 엄두를 내기 힘든 일이었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해결의 실마리는 외부에서 찾아졌다. 마침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시행하고 있던 '공공연구기관 연구인력 기업파견사업'의 일환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수혈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의 고민을 접한 한 연구기관에서 사출성형 분야의 전문가로 업계 사정에 밝은 박사급 연구원 한 명을 회사에 파견했다. 유테크는 해당 연구원을 연구소장에 임명하고, 관련 연구개발을 일임했다. 그 후에도 또 다른 연구원 한 명이 멘토로 파견돼 연구에 힘을 실었다.

성과가 눈앞에 나타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 명의 전문가가 가세하고 나서 회사는 세계 최초로 모바일 디스플레이용 이중구조 몰드프레임 개발에 성공했다. 소재 가공에 들어가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전반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된 것 또한 큰 결실이었다. 2009년 48억 원에 불과했던 연매출이 3년 만에 5백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연평균 100%를 넘나드는 고속 성장이 이어지면서 최근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중소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인력난이다. 당장 회사운영에 필요한 직원을 뽑는 것이 쉽지 않은 가운데 연구개발을 전담할 비교적 고급인력을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대기업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급여 등 처우의 열세가 구인난의 주원인으로 꼽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오죽하면 중소기업 경영자들 상당수가 대기업의 임금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있을까.

좋은 기술을 갖고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인력난, 특히 고급인재 부족은 중소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핵심요인인 셈이다. 남다른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한 뒤 승승장구하다가도 어느 순간 한계를 만나 주저앉는 유망기업들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상황을 뒤집어보면 바로 이 지점에 답이 있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지만 구하지 못하는 고급인재를 적시에 지원하는 것만으로 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술연구 분야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쌓아온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팔 걷고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각급 연구기관의 역량을 사업에 활용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연구기관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도 직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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