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선택 대전시장이 20일 대전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착잡한 심정으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권선택 대전시장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민선 6기를 대표할 각종 사업의 명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치명타가 우려되는 건 공약으로 내건 시민과의 약속사업들이다.
95개의 사업 중 현재까지 완료한 건 11개이고 나머지 84개는 진행중이다. 달성률은 11.5% 정도다. 특히, 95개 중 10대 브랜드 사업이라는 게 있다. 민선 6기를 대표할 만한 것으로,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인데, 진행률은 29.3%다.
시민행복위원회 같은 사업은 100% 달성했지만,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3%, 자립형 중소기업 육성 사업 5%, 충청권 광역철도망 사업 6%, 첨단산업단지 사업 7% 등 대부분 걸음마 단계다. 대전시립의료원 착공은 12% 진행됐지만, 국비 확보와 민간자본 유치를 비롯해 의료계의 반발까지 감안하면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특히,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은 예측하기 어렵다. 민선 5기 때 결정됐던 지상고가를 트램으로 바꾼 만큼, 더 이상의 번복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시민참여를 위한 공약인 대전시민행복위원회는 100% 약속을 실천했지만, 소통과 경청, 시민참여라는 민선 6기 정책 기조를 위해 시행 중인 사업들과 함께 동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일부 공약은 변동이나 축소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도시철도 2호선으로 결정된 트램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재논의나 재번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도안 갑천지구 친수구역 개발사업을 비롯해 성공적인 협상으로 본궤도에 오른 사이언스 콤플렉스의 실무협상과 유성복합터미널의 법정다툼 등은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현안사업 논의와 협의의 당사자에서 '시장'을 배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첫 삽을 뜬 대전산단 재생사업을 비롯해 호남권과 충청권, 서울, 세종, 충남 등과의 상생협력 협약, KTX 호남선 서대전역 경유 확대 등 권 시장이 주도했던 주요사업들도 본격적인 내실을 다져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우려도 없지 않다.
대전컨벤션센터 다목적전시장 건립은 당장 다음달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와야 내년 예산에 반영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충청권 광역철도망 예타 선정과 회덕IC 국비 반영, 선거구 증설 등도 시급한 현안이다. 여기에다 국방기술품질원 신뢰성센터와 국립철도박물관 유치 등 국책사업을 위해서도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건 내용보다는 해당 사건에 적용한 법률 위반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낙관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남은 4개월여간 권 시장이 시정과 함께 개인의 송사를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권선택 시장은 “본인의 송사 때문에 시정추진에 소홀하거나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이날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후 가진 실ㆍ국장들과의 주간업무회의에서, “부덕의 소치다. 개인적인 일로 조직과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치게 돼 송구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재판에 관한 대응은 제가 할 몫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재판 때문에 시정추진에 소홀해져서는 안된다”며 “특히 재판 때문에, 혹은 재판을 핑계로 해서 꼭 이뤄져야 할 사업이나 시책이 늦어지거나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기가 중요한 사업이나 시책은 제때 결정하고 추진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며 “시기적으로 중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실ㆍ국장들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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