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걷기대회]백제의 숨결속으로 한걸음 두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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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걷기대회]백제의 숨결속으로 한걸음 두걸음…

궁남지 출발 부소산까지 2시간… 포대 싸인 아이부터 노인 함께 밤 바람 타고 온 연꽃향에 젖어… 역사 되돌아보며 '치유의 시간'

  • 승인 2015-07-19 15:10
  • 신문게재 2015-07-20 1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제1회 부여궁남지 연꽃사랑 걷기대회

▲ 부여 궁남지 서동공원을 출발해 부소산 서문까지 왕복코스로 진행된 제1회 부여 궁남지 연꽃사랑길 걷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연꽃을 구경하며 걷고 있다. 
<br />부여=이성희 기자 token77@
▲ 부여 궁남지 서동공원을 출발해 부소산 서문까지 왕복코스로 진행된 제1회 부여 궁남지 연꽃사랑길 걷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연꽃을 구경하며 걷고 있다.
부여=이성희 기자 token77@
18일 저녁 부여군 궁남지 서동공원을 출발한 1000여명의 걷기 행렬은 연꽃이 만발한 궁남지를 지나 백마강을 향해 나아갔다. 바람을 타고 코끝에 전해지는 향기가 과연 1000만 송이 핀 연꽃 정원임을 느끼게 했고, 걷기대회의 행렬은 긴 기차처럼 부여의 한적한 농촌 풍경 속으로 빠져들었다.

부여경찰과 소방의용대원들의 안내를 받아 걸어가는 것도 잠시, 어느새 백마강이 내려다 보이는 둔치에 올라섰다.

부여가 백제시대 도읍이었음을 상징하듯 넓은 강이 한눈에 들어왔고, 잘 정비된 둔치 길에서 어린 아이들도 자동차 걱정 없이 부모와 나란히 걸었다.

이번 연꽃사랑길 걷기대회는 올해 처음 개최됐지만, 이미 걷기 매력에 빠진 이들이 대회 소식을 듣고 멀리서도 찾아와 부여에 발도장을 찍었다.

전북 무주에서 올라온 박정길(45)씨는 “자전거부터 마라톤, 등산까지 동호회 활동을 많이 해봤는데, 걷는 것만큼 사람과 친해지는 운동도 없다”며 “운동도 하고 대화도 나누며 눈으로는 자연과 도시의 이색 풍경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걷기대회에 찾아다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걷기에 편리한 옷을 맞춰 입은 이들부터 아이를 포대기에 안은 부모, 그리고 할머니ㆍ할아버지 손을 잡은 가족까지 다양했고, 걷는 풍경도 특색 있었다.

40분을 걸었을 때 백제(百濟)라고 쓰인 깃발이 나부끼는 구드래나루가 눈에 들어왔고, 백마강을 사이에 두고 나당연합군에 맞섰던 백제 선인들의 결의가 느껴지는 듯했다. 구름 낀 날씨는 아쉽게 백제의 달을 보여주지 않았으나 강변 길을 걷기에는 더없이 운치 있었다.

여고생들은 장난삼아 리본에 쓰인 줄을 서로의 팔에 묶어 걸어나갔고, 가족단위 참가자들은 둔치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소소한 가족 이야기를 나눴다.

오후 7시 30분쯤 드디어 부소산 입구의 반환점에 다다랐고, 이곳저곳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부소산성은 부여 관북리유적과 능산리 고분군, 정림사지, 나성, 공주 공산성, 송산리고분군과 함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부소산을 돌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이들은 완주증을 받아들고 풀밭에 앉아 뭉친 다리 근육을 풀고 서로 안마를 해주며 기분 좋은 피로감을 달랬다.

부여의 백제 길을 걷은 이날 기자가 사용한 만보기에는 '2시간 20분, 1만4000 걸음'을 안내했지만, 부여 연꽃사랑길 걷기대회에서 느낀 경험은 표현하지 못했다.

아들과 함께 대회를 완주한 노선일(65ㆍ여)씨는 “백마강 둔치에 올라간 적은 있지만, 오늘처럼 길을 따라 걸어본 것은 처음”이라며 “함께 걸으며 관광객에게 부여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아들과 대화도 돼 좋은 경험이 됐다”고 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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