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청동기시대 역사를 담고 있는 '내동리 고인돌'의 존재가 잊혀져가고 있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고인돌이자 청동기시대 연구 자료로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봉쇄된 것은 물론 시민들의 출입조차 어려워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15일 대전시와 지역 문화재보존단체 등에 따르면 옛 대덕군 진잠면 내동리 산 9-1에 있던 내동리 고인돌은 이 일대에 충남방적공장이 들어서면서, 1977년 8월 지금의 자리(유성구 유성대로 110-29)로 옮겨졌다.
발굴조사 결과 고인돌은 모두 4기가 발견됐다. 3기는 바둑판식(남방식)이었고, 1기는 탁자식(북방식)이었다. 민무늬토기와 삼각형 돌화살촉 2점도 출토돼 후기 청동기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내동리 고인돌은 1989년 3월 18일 시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부도난 충남방적을 주택건설업체인 부영이 2005년 매입한 후 상황은 달라졌다. 출입구가 통제됐고, 일반 시민들의 출입이 금지됐다. 보존을 위한 관리도 문제였다. 시 문화재돌봄사업단이 관리했었지만, 지금은 부영에서 자체 관리중이다. 부영의 아파트 건립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이 상태로 내동리 고인돌은 10년째 방치되고 있다.
지난 14일 기자가 직접 내동리 고인돌을 찾아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부영 측의 '출입금지안내' 표지판이었다. '이곳 토지와 건물은 당사 소유로 무단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으로, '위반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도 부담하게 된다'는 경고도 있었다.
입구에서 내동리 고인돌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자의 눈엔 내동리 고인돌의 안내판과 누여 있는 한 덮개돌이 어렴풋이 보일뿐이었다. 이마저도 제초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자란 수풀과 나무 등에 가린 상태였다. 철조망 안쪽에 설치된 '내동리 고인돌' 관광표지판이 무색해 보였다.
지역 문화계에선 내동리 고인돌이 대전의 고인돌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시 기념물인 만큼, 시민들의 접근을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화재돌봄사업단장을 역임했던 임헌기 오정문화유산교육연구소장은 “내동리 고인돌은 지역 선사시대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가치가 높은데 그동안 방치돼왔다”며 “문화재는 접근의 편리성이 가장 중요하다. 시가 적극적으로 부영과 협상에 나서, 개방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내동리 고인돌의 접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부영과의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내동리 고인돌과 가까운 출입문은 부지 내 사고위험이 있어 경찰의 요청으로 폐쇄됐지만, 부영 측에서 반대편 입구에서 방문목적과 이름 등을 적으면 출입할 수 있게 조치하고 있다”며 “먼저 내동리 고인돌 출입문에 이같은 내용을 알리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부영과 협의를 통해 시민들이 쉽게 고인돌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 문화재로 등록된 고인돌은 내동리 고인돌을 포함해 3개다. 비지정 고인돌은 15개로 파악되고 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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