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의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헌법 위반”

인권위, 헌재에 의견 제출…보건시설 입원자 73% '해당', 인권침해 사각지대

지난해 1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꺼내 먹던 50대 여성이 지역 정신보건시설에 강제 입소됐다. 식당에서 일하던 경험도 있었으나 열흘 전부터 단지 내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고 맨발로 걸어다녀 주민들의 걱정을 샀다.

민원을 접수한 지자체는 누나와 연락하지 않던 이복동생의 동의를 얻어 사흘 만에 해당 여성을 강제입원시켰고, 적정한 치료를 시도하지도 못했다는 논란을 샀다.

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의사의 진단만으로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2항'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정신질환자의 판단에 관계없이 보호의무자와 의사의 동의 및 진단만으로 6개월까지 입원시키는 강제입원제도에 대해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 제도는 현재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며,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이같은 의견을 제출한 것.

지난해 4월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가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대전, 충남·북의 정신보건시설 관련 인권침해 진정은 모두 234건 접수돼 형사고발까지 이뤄진 사례도 있을 정도로 인권침해의 사각지대로 여겨지고 있다.

또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의 정신보건통계현황집에서 2013년 국내 보건시설 내 8만462명 중 73.1%가 강제입원제도에 의해 입원한 환자로 분류됐다.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사무소 관계자는 “국민의 신체를 구속할 때 엄격한 절차에 따라 법관 등 독립적 기구의 심사를 거치도록 한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정신질환이 있다고 의심받기만 하면 간단한 절차에 의해 강제입원제도는 헌법 및 국제규범을 위반한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