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이종원 “단절된 충남의 문화예술유산…명맥 잇는데 최선”

[중도초대석]이종원 “단절된 충남의 문화예술유산…명맥 잇는데 최선”

천안·아산 제외하면 인프라 빈약… 불모지라는 멍에 벗어나게 '큰 틀' 보부상 거리축제·장마당 등 개최… 심화영류 서산 승무 재조명 할 것

  • 승인 2015-07-14 13:45
  • 신문게재 2015-07-15 9면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중도초대석] 이종원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화와 예술은 자생자멸(自生自滅)하는 것인데 물리적으로 순환구조가 뒤틀려버리면 원형이 훼손돼 문화생태계에 큰 부작용이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충남지역에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단절되거나 변형된 문화유산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보부상과 중고제다. 훼손되고 사라진 문화와 예술의 원형을 복원하고 맥을 잇는 작업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자 책무다.

취임 두 달을 맞은 충남문화재단 이종원(56) 초대 대표이사를 만나 앞으로 그려나갈 재단의 미래와 도민을 행복하게 할 문화예술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충남문화재단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된 소감이 어떤지 말씀해 주시죠.

▲취임 두 달이 지났지만 충남도민이 문화재단에 거는 기대를 생각하면 책임감이 무거워집니다. 예술계 인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더욱 그런생각이 듭니다.

재단직원과 함께 지역의 문화예술계와 소통하고 합심·협력해 '문화예술로 행복한 충남'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각오입니다.

충남문화재단이 전국에서 가장 늦게 탄생했지만 문화예술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해 충남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보다 비옥하게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대표이사로서 문화재단의 경영방침은 세우셨나요?

▲충·효·예의 고장 충남은 문화예술 자원의 보고입니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듯이 그 일을 소홀히 하다보니 문화예술 불모지란 불명예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불모지라는 아름답지 않는 멍에를 털어내는 게 큰 틀의 경영방침입니다.

그러나 충남도와 도의회, 문화예술계의 협력과 합심이 동반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문화재단이 중심이 되는 충남형 문화예술 거버넌스를 구축해 충남문화예술 융성의 동력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충남의 문화예술 현주소를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충남은 도시와 농·어촌이 공존하는 전형적인 도·농 복합광역도입니다.

도시지역인 천안·아산을 제외하면 문화예술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노령층이 주로 거주하는 농촌과 어촌은 문화예술 인프라를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열악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충남의 문화예술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도시와 농촌, 어촌지역 주민을 위한 맞춤식 문화예술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진단해 '문화예술 보부상' 제도를 운영해볼 계획입니다.

예를들면 낙후된 지역의 도민을 찾아가 영화, 작은 연주회, 연극 공연 등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충남의 문화예술 현주소는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구대비 예술가나 예술단체 수가 타 시·도에 비해 적습니다. 극장조차 없는 시·군도 많고, 공연단체 수로만 봐도 전국 2108개중 40개로 1.9%에 불과합니다. 이는 문화예술 생태계가 그만큼 척박하다는 반증입니다.

문화예술 실태 진단을 바탕으로 문화예술의 생산과 공급을 확충하고 더불어 역동적인 소비층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임기 중 추진할 역점사업은 뭔가요?

▲우선은 문화예술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충남은 문화예술의 생산과 공급, 소비가 모두 부족합니다. 백제문화와 내포문화, 유교문화, 불교와 천주교 유적 등 자원이 많은데도 이를 활용해 문화관광상품으로 만드는데 소홀했습니다.

예술가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해 공급을 늘리고, 도민들에게는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문화 소비자로 거듭나게 하는 등 건강한 문화예술 환경과 여건을 차근차근 조성해 나갈겁니다.

이와 함께 충남에만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전통문화예술을 발굴해 활성화 시킬 것입니다.

특히 충남의 전통과 지역 정서가 녹아있는 고유한 문화 중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단절된 것들을 찾고 복원해 끊긴 맥을 이어 혈이 다시 돌도록 하는 등 충남만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예술을 가꾸어 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물류와 정보 전달 기능을 수행했던 보부상의 전통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 해 볼 생각입니다. '보부상 거리축제', '보부상 장마당 축제' 등을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대학과 공동으로 추진해 보고 싶습니다. 명맥을 제대로 잇지 못한 '중고제' 복원과 '심화영류 서산 승무'를 조명하는 것도 문화재단이 해야 할 중요한 사업입니다.

-중고제는 무엇이고, 구체적인 복원 로드맵은 어떻게 되나요?

▲중고제는 서편제, 동편제와 함께 판소리 3대 유파중 하나로 충청도 정서가 짙게 밴 충청도 소리입니다. 동·서편제와 다르게 중고제는 소리의 고저가 분명하고 부드러운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판소리하면 흔히 전라도를 떠 올리는데 사실 판소리 본고장은 충남입니다. 조선말 판소리 명창 가운데 상당수가 충남 태생이고 근대 판소리 5대 명창 중 두 명(이동백·김창룡)이 서천 출신입니다. 서천의 김성옥-김정근-김창룡-김세준으로 이어지는 판소리 명문가와 서산의 심정순, 홍성의 한성준, 공주의 박동진 등 면면을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당시 국악계에서 중고제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강했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중고제가 처한 현실은 초라합니다. 전남 구례에서는 동편제 소리축제, 보성에서는 서편제 축제가 2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데 충남에서는 변변한 중고제 축제 하나 없는 형편입니다. 서천에 중고제 판소리 학교가 생기는 작은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앞으로 중고제의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해 단계적 복원 프로젝트를 세워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학술세미나와 연구 작업을 토대로 복원의 당위성을 전국민에게 알려 단계적으로 복원작업을 추진할 각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예술인, 도와 도의회, 도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복원 프로젝트 계획이 마련되면 각계각층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재단의 사업 중에서 도민들이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시죠.

▲지역이 넓은 도농복합 형태에 계층이 각양각색이다 보니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마을 회관이나 활용하지 않는 창고, 폐교 등을 이용해 박물관 등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박물관에는 쓰지 않는 농기구,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 노인들이 소일거리로 만든 짚풀 공예 등을 전시해 마을의 명소로 가꿔볼 생각입니다.

극장이 없어 가장 기본적인 문화 혜택인 영화조차 감상할 수 없는 시·군이 많은데 시범적으로 경로당 등에 작은 영화관도 개설·운영해 볼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금강 발원지부터 하구둑까지 명사와 금강을 따라 걷는 힐링 프로그램인 인문학 길 '금강천리'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명사특강과 국악공연과 황포돛배, 지역의 특색있는 먹거리 체험 등 특별한 이벤트를 가미하면 충남만이 할 수 있는 명품 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대담=이승규 내포본부 부국장·정리=유희성·사진=박갑순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2.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헤드라인 뉴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내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 학교 지원 항목 추가… 교원 생존수영 업무에서 손 뗀다

교원들의 골머리를 썩이던 생존 수영 관련 업무가 내년부터 대전 동·서부 학교지원센터로 완전 이관된다. 추가로 교과서 배부, 교내 특별실 재배치 등의 업무도 이관돼 교원들이 학기초에 겪는 업무 부담은 일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부터 동·서부교육청 학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기존 지원항목 중 5개 항목의 지원범위를 확대하고 학교에서 맡던 업무 4개를 추가로 지원한다. 먼저 센터 지원항목 중 교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생존 수영 관련 업무는 내년부터 교사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게 된다. 현재 센터에..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 시민의 안전 책임질 ‘제설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