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영문학과 졸업생인 이선영(25·여)씨는 대기업 낙방만 삼수 째다. 토익 920점, 토익스피킹 7급 등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영어성적과 컴퓨터 자격증 및 인턴경험도 쌓았지만 면접전형에 가는 것도 어렵다.
인문계열 전공의 좁은 취업시장으로 흔히 말하는 고스펙을 가졌어도 취업이 쉽지않다. 인구론(인문대 90%가 논다), 지여인(지방대·여성·인문대),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인문대생의 취업난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교육부의 대계열별 취업현황 교육통계(2014년 2월 졸업자 및 2013년 8월 졸업자 대상)에 따르면 인문계열은 45.9%의 취업률을 기록했고, 사회계열은 56.6%였다. 두 계열 모두 전체 취업률 평균인 58.6%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학계열은 66.9%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인문·사회계열의 약세속에서 여성 졸업자는 취업하기가 더 힘들다. 대전지역 대학의 경상계열 학과를 졸업한 심수연(26)씨는 “기업이 여성의 경력단절을 우려해 기본적으로 남성을 선호하는 현상이 짙다”며 “문과쪽 여성은 취업까지 평균적으로 2년은 걸린다. 문과라고 해도 남성은 취업이 바로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역의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이정연(25)씨는 “보통 회사의 채용 정보를 보면 모집 전공에 영업관리직을 제외하고는 인문계열 쪽이 거의 없어서 취업의 문이 굉장히 좁다고 느낀다”며 “금융도 기술금융이라고 해서 아예 IT계열 쪽도 같이 뽑는 경우도 있어 파이가 더 작아졌다”고 토로했다.
이로인해 인문·사회계열 취업준비생들 중에는 계열선택을 한 고등학고 때를 후회하기도 한다. 하재훈(27)씨는 “문과와 이과 사이에서 진학을 결정하던 시기 수학이 싫어서 문과를 선택했지만 그때의 판단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인문·사회계열의 분야의 채용구도 변화도 인문·사회계열의 취업문 좁히기에 한 몫을 했다. 금융기관이 보안서비스 강화 등으로 IT관련 전공자를 선호하고, 영업분야에서도 기술영업의 등장으로 기업들이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공계열 전공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박고운 수습기자 highluck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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