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서구 계백로 갓길에 농기계인 경운기가 세워져 있다. |
경운기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에 속하지 않아 보험 가입이 안돼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법규 위반에도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오전 대전 서구 계백로 도마네거리 인근. 농기계인 경운기 한 대가 갓길에 아무런 조치 없이 세워져 있다.
자동차가 아닌 탓에 주·정차를 알릴 수 있는 비상등이나 깜빡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운기를 미리 발견한 차량은 잘 피해서 지나갔지만, 그렇지 않은 차량은 당황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비슷한 시각, 서구 한 이면도로에도 경운기 한 대가 주차돼 있다. 적재함에는 농산물로 보이는 물건이 잔뜩 채워져 있었는데, 주·정차를 알리는 장치는 없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서구지역 도로 상에서 경운기 운행이 빈번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일반차량이 경운기와 부딪히는 교통사고가 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운기가 도로교통법상 차마에 해당하지 않아 책임보험이나 종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통사고 시 경운기의 과실이 많더라도 보상 받을 길은 막막하다.
특히 경운기는 교통법규 위반 시 과태료나 범칙금 등 행정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운전자 A씨(37ㆍ서구 도마동)는 “요즘 도심 대로변에서 경운기를 자주 목격한다”면서 “농기계 특성상 운행 속도가 느리고 안전장치도 없어서 불쑥 나타날 경우 교통사고가 날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경운기의 도로 운행이 불법은 아니다. 현행법상 자동차에 속하지 않을 뿐 도로 운행은 가능하다.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아닌 점도 운전자들을 불안케 하는 점이다. 술을 마시고 경운기를 운전하더라도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제재할 수 없다는 것. 경운기 등 농기계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률은 해마다 25%씩 증가하고, 사고 발생 시 치사율도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최근 찾아지는 경운기의 도로 운행에 대한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전경찰청 한 관계자는 “경운기는 농업기계 촉진법에 따라 농기계에 속하지만, 일반도로를 운행할 수 있다”며 “다만, 운전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고 음주운전 단속과 보험가입 대상도 아니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