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버림받은 야생동물과 사람의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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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책읽기]버림받은 야생동물과 사람의 훈훈한 이야기

  • 승인 2015-07-02 14:14
  • 신문게재 2015-07-03 17면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 동물원에서 프렌치키스하기
▲ 동물원에서 프렌치키스하기
아프고 다치고 버림받은 동물들까지 거두고 보살펴 우치동물원을 출생률 1위 야생동물 보금자리로 만들기까지, 열정적인 수의사의 애정이 담긴 10여 년간의 동물원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600여 마리 동물들을 밤낮으로 보살핀 야생동물 수의사가 경험하고 느낀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사연과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동물원의 하루하루는 파란만장하다. 1년에 걸친 아나콘다의 단식, 부리 잘린 황새의 당당한 짝짓기 성공, 모트에 빠져버린 호랑이 구출하기, 5m가 넘는 기린 수송 작전, 동물원 최초 코끼리 출산 등 다양한 사건사고에 미소를 짓기도 하지만 반대로 태어날 새끼를 위해서 죽음까지 미룬 바버리양, 자식을 잃은 슬픔에 영양실조로 죽은 다람쥐원숭이, 인공 포육하던 새끼 호랑이 소망이와의 이별 등에는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 서형실 사서(가오도서관)
▲ 서형실 사서(가오도서관)
국내에는 야생동물과 관련한 정보가 많지 않고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수의사도 드물어 동물원의 동물들을 모두 보살피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최종욱 수의사는 그만의 노하우로 새끼 과나코를 살린 밀가루 반죽법, 한의학 책에서 힌트를 얻어 동물들을 치료하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입과 코에 자신의 입을 대고 거침없이 프렌치 키스를 해서 양수를 빨아들이는 수의사의 모습에 감동하게 된다

동물과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동물원이야기, 침팬지 우울증을 치료해준 매점 아저씨부터 타이어를 이용해 동물들의 장난감을 만들어주신 사육사, 기린수송 시 무사한지 끝까지 확인해보고 쉬는 시간마다 기린을 챙긴 운전기사님 따뜻하고 정감이가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이 동물원이다.

동물원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일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곳, 어쩌다 오더라도 그저 몇 시간 머물다 가는 곳이다. 하지만 동물들에게 이곳은 일년 열두달, 사계절을 꼬박 보내는 삶의 터전이다. 동물들의 집인 동물원은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병들거나 다쳐도, 장애를 갖고 태어나도, 인기 없는 동물들도 꼭 행복해 질 수 있는 보금자리이자 생명의 놀이터여야 한다. 앞으로, 동물원에 놀러오는 사람들도 단순히 동물을 보고 구경하는 곳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동물원의 생태 환경적 가치와 기능, 사육중인 동물들이 처해 있는 환경까지 폭넓게 보는 안목으로 동물들과 교감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개성만점인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에서 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목숨이 위태로운 생명을 살리는 수의사 모습에서는 수의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며 동물들에게 더 나은 쉼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우리 동물원이 가야 할 길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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