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가 정시에 이뤄진 것은 당시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이었던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홍성·예산)의 역할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기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도 홍 의원에게 “예측 가능한 살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 큰일을 하셨다”고 했다 한다.
어떻게 예산안을 정시에 처리하는 게 가능했을까. 그는 기자의 질의에 “원칙이었다. 원칙이 서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답했다. 그가 내세운 원칙은 국가균형발전과 국가·국민 안전, 국민 복지 향상이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앞세우며 그는 지역 현안마다 예산 배정을 요구하며 건네지는 쪽지를 거부했다. 당과 계파, 친분을 떠나 정한 원칙에 입각한 예산 편성을 추구했다는 얘기다. '예결위원장을 하면서 소원해진 동료 의원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끝난 뒤 시비거는 사람도 없었고 언론에서 지적도 없었다'는 그의 소회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편집자 주>
-예산안 처리,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어렵고 고통스러웠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18조 정도 세금이 덜 걷힌 반면, 전년보다 1.5%가량이 증액된 예산을 집행해야 했다. 쓸 곳은 많은데, 예산은 덜 걷혀 어려웠다. 말로 다 못한다. 그러나 그 고통은 예결위원장인 나와 위원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움은 많았지만, 보람은 있었다. 올해 예산을 두고 376조 원의 예산을 아무 탈 없이 법정 기한을 지킨 것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년 만에 이뤄낸 일이다.
-법정 시한 내 처리, 어떻게 가능했나.
▲우리가 살림살이할 때도 월급날에 맞춰 외상도 하고 상환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12년 동안 한 번도 예산 날짜를 지킨 적이 없었다. 매번 한 달, 두 달씩 외상으로 버텨왔다. 때문에 이자가 생기고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국가발전에 엄청난 데미지가 생겨났다.
그래서 원칙을 세우고 예결위원들에게 동의를 얻었다. 첫째는 국가 균형발전이었다. 한쪽에서는 보리밥을 먹는데, 다른 곳에서는 굶는다면 어떻겠는가. 이는 불균형이다. 국가가 균형적이지 못할 경우, 국민 화합은 이루기 어렵다.
두 번째는 국가와 국민 안정을 위해 예산을 쓰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가 안전 및 국민 안전이 너무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마지막으로 국민복지 향상이다. 국민이 국가에 충성하려면 어느 정도 복지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세 가지의 원칙을 얘기하자 다른 예결위원들도 반대하지 못했다. 그래서 만장일치로 일을 추진할 수 있었고 12년 역사를 깰 수 있었다.
-교섭장이 목욕탕과 이발소였다는 얘기가 있다.
▲예결위를 이끌면서 야당 간사인 이춘섭 의원의 도움이 컸다. 예산안을 편성할 때 모두가 동의하지 않고서는 힘들었는데 이 의원이 예결위 내 야당 의원들과의 가교 역할을 했다. 그래서 야당과 함께 정해진 원칙에 맞춰 일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돌출하는 의원이 있을 경우, 당사자가 이발소에 있다면 이발소로 갔고 자주 가는 목욕탕이 있다고 하면 그 목욕탕을 찾아가 설득했다. 이는 376조 예산을 아무 잡음 없이 끝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정부예산 미반영사업 백서를 발간했다.
▲쪽지를 거부하고 상임위를 통과한 정책사업만을 심의해 예산을 편성하고 보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업들, 이른바 긴급을 요구하거나 역사와 문화 계승발전을 위한 산업이나 정부와 지자체, 사회단체 등이 미처 보지 못한 시급성과 중요성이 함축된 주요사업들이 올해 예산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났다.
예를 들면 코 무덤 귀 무덤과 관련된 예산이다. 우리에겐 수치스러운 역사지만, 작금의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에서 보듯 일본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알릴 수 있다.
그 예산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또 사할린 내 동포 3세들이 고향에 부친이나 조부모의 시신을 모시고 싶어하지만, 돈이 없어 못한다고 하더라. 외국은 비용이 얼마가 들든 다 데려오려고 하지만 우리는 예산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부처 장관과 국회의원, 지자체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다루지 못한 예산 내역을 보내달라고 했다. 우리가 꼭 해야 될 일들, 그러나 예산이 없어 하지 못한 것을 추렸다. 예결위 전문위원들과 5개월간의 노력과 고생 끝에 각 부처 미반영 예산사업 420개의 항목을 담았다.
이 백서를 참고삼아 하반기 예결위에서 내년도 예산을 심사할 때 국가와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아주길 기대한다.
-미반영된 충청권 현안이 적지 않다.
▲올해 국가 예산에서 충청권 현안사업 미반영사업은 51개다. 대전에서는 국립현충원 묘역확충사업비 등 5건, 세종시는 지식산업센터 건립비 등 4건, 충남은 홍성~내포 신도시 연결도로 건설비 등 22건, 충북은 충주 중부내력철도 건설비 등 18건이 예산에 불포함 됐다.
이번에 발간된 백서가 없었다면 충청권 현안에서 어떤 사업이 반영됐는지, 반영되지 못했는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백서를 통해 내년도 예산심사에서 올해 미반영된 사업의 우선 반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미반영된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반영할 수 있는 논리를 함께 개발해야 할 것이다.
▲예산 확보를 위해 충청권 전체 시도지사들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노력에 맞춰 저도 예결위원장으로서 충청권 현안에 필요한 예산을 따내는 데 노력했다.
이에 따라 충남은 전년도 대비 3030억 원이 증액된 4조 3355억 원, 충북은 같은 기간 3169억 원이 증액된 4조 3810억 원, 대전은 3147억 원이 늘어난 2조 3700억 원을 얻었다.
그런데 전국 243개 지자체의 장들과 지역구 의원들이 모두 저를 찾아왔었다. 예산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황명선 논산시장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 1억이든 10억이든 황 시장처럼 정당이 달라도 KTX훈련소역 신설을 위해 한번이 아니라 7~8차례씩 찾아와 이야기하더라. 예산은 단순 머리싸움으로는 안 된다. 예결위원장을 하면서 충청권에 신규 예산으로 4조 원을 더 줬다. 이처럼 줄 수 있었던 것은 입수한 자료 중에 충청권이 도로포장률이나 가스보급률, 장애인 편의 시설 비중 등이 전국에 하위에 있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칙은 지키되 지역 불균형에 대한 확실한 자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포신도시 안착이 여전히 숙제다.
▲내포신도시는 환 황해권의 발전 축으로 지역균형발전의 배후 거점도시로 성장 육성시켜야 한다. 충남도청 이전에 따른 신도시 건설로 2020년까지 인구 10만, 3만 8500세대의 거주공간을 뛰어넘어 도청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의 성공적인 완성이 향후 도청소재지의 발전에 중요한 핵심 과제다.
현재 충남도청의 성공적인 개청식 이후 도청을 중심으로 관계기관들이 입주를 하고 있고, 도청을 중심으로 한 충남도의 행정타운이 조성되고 있기에 남은 것은 내포신도시로의 인구유입이라고 본다.
그러나 세종중심복합도시를 비롯해 당진합덕거점도시, 아산탕정신도시 등의 건설로 말미암아 내포신도시의 인구유입이 계획대로 이뤄질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충남도의 내포신도시의 인구유입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과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홍성·예산군민들에게 한마디.
▲대전 시대를 마감하고, 내포신도시로의 충남도청사 이전은 하늘이 준 축복이다. 이 기회를 우리 군민은 화합과 단결로써 1000년을 먹고살 자원으로 개발하고, 홍성군은 충남도청의 소재지로서 도청과 함께 충남의 중심, 전국 중심지로 성장·발전시키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는 충청권 최초 국회 예결위원장으로 지난해 예산심사를 통해 홍성군과 예산군 및 충남 전 지역의 숙원 사업인 서해선 복선전철과 수도권전철 연장, 제2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사업의 등 예산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 홍성군과 예산군이 명실상부한 도청소재지로서, 충남도의 발전을 10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우리 예산군과 홍성군은 사통팔달 전국과 연결되는 교통망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지역 경제발전에 큰 성과가 기대된다. 군민께서도 도청소재지의 군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더 발전하는 예산·홍성, 성장하는 충남'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책임감과 의무를 다하고자 예산·홍성의 발전과 충남의 성장을 위해 군민 여러분과 함께 땀 흘리고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대담=김재수 취재2부장(부국장)
정리=강우성 기자 khaih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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