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전현충원은 서울현충원과 달리 국가보훈처가 운영하고 의사상자와 공헌자처럼 일반 국민도 안장 대상자가 된다는 점에서 일반인이 나라사랑정신을 체험할 최고의 장소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전현충원에 여전히 문화·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일반인 안장이 극히 드물며 참배 위주의 공간으로 운영돼 보훈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는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과 대전 두 곳뿐인 국립현충원이 계층, 지역, 세대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는 현실에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미 대전현충원에 천안함용사와 연평도 포격 전사자 등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영령 7만3200여기가 묘역에 안장돼 있고, 6·25 무명용사 등 4만여기의 호국영령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11만4000여명의 유해와 위패가 한 장소에 안장돼 후손에 교훈을 남기고 있는 것. 이때문에 대전현충원은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지도자들이 수시로 찾아 참배하고 보훈정신을 되새기는 중요 성지처럼 여겨지고 있다.
반면, 여전히 시민 중 일부는 현충원을 일반적 묘역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뚜렷한 실정이다. 이는 현충원을 특별한 기념일에 방문하는 곳으로 이해하거나 참배를 위한 공간으로만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대전현충원이 2013년 사회문화정책연구원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객 292명의 설문에서 응답자의 30%가 연간 1~2회 현충원을 찾는다고 답했고, 방문 목적은 학교나 직장의 행사(1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현충원을 연간 7회 이상 수시로 찾는 경우(11%)는 드물었고, 국가유공자 등의 나라사랑정신 계승에 방문 목적을 둔 경우(12%)도 많지 않았다.
또 현충원 내 보훈행사가 기념일 등에 맞추어 기념식 위주로 진행되거나 체험형 선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유도한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대전현충원은 월 2만1000여명이 방문해 참배하고 있으며 호국행사가 집중되는 6월에는 6만1000명까지 평소보다 방문객이 3배 증가한다.
특히, 대전현충원 내 안장자의 신분이 군인(89%)과 공무원(6.4%)에 집중돼 있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일반 국민은 전체 안장자의 0.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밖에 현충원이 나라사랑정신을 체험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적격성 논란을 받는 친일 행적 안장자에 대해 배제할 수 있거나 장군과 사병 사이 묘역 면적에 차이를 둔 단서조항 등에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국립묘지의 국가보훈 상징기능 활성화방안 연구(석사 학위논문)'에서 이종경 씨는 “국립묘지의 상징성을 저해하는 안장자에 대해 법령에 범위와 대상을 규정해 이장할 수 있거나 공헌과 희생을 한 다양한 사람들이 안장될 수 있도록 해 현충원을 국민통합 및 민족 공동체 발전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