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맺힌 이름이여, 이제는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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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맺힌 이름이여, 이제는 편히 쉬소서”

산내 희생자 유족회 합동위령제

  • 승인 2015-06-28 17:01
  • 신문게재 2015-06-29 7면
  • 임효인 수습기자임효인 수습기자
“아버지 없는 세월, 가난도 힘들었지만 빨갱이 낙인에 더 서러웠어….”

유금자(73·여)씨는 평생 마음의 짐을 끌어안고 살았다. 1950년 6월 아버지를 찾으러 집에 닥친 헌병에게 아버지 있는 곳을 알려주고, “같이 가보자”는 말에 따라 나섰다. 국민보도연맹에 가입됐다는 이유로 유씨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는 끌려갔고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그때 유씨의 나이는 8살이었다.

좌익 활동과는 멀었던 37살의 농부이자 4남매의 아버지는 동구 산내 골령골에서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대전 산내사건 희생자 유족회는 27일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합동 위령제를 열었다. 산내사건은 1950년 6월부터 7월까지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 등 최소 1800명 이상이 학살돼 묻힌 곳이다. 현재까지 총 7곳으로 추정되는 유해 매장지가 확인돼 2007년부터 유해 발굴이 이뤄졌다.

이날 합동 위령제에서 만난 배종복(84)씨도 형님의 넋을 위로하려 골령골을 찾았다. 배씨의 큰형은 우익단체인 대한청년단 활동 중 북한과 협조한 이적행위 혐의로 대전형무소에 수감 중 골령골에서 24살 나이에 희생됐다.

배씨는 큰형과 함께 당시 유치장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뒤 자식처럼 돌봐주던 형을 잃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한을 지금껏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산내사건 희생자 유족회는 지난 2월 유해발굴에서 수습한 유해 20여 구를 현장에 조성한 목조 건물 안치소에 모셨다.

“아버지들이여, 새집으로 이사 가니 기뻐하소서”라는 유족의 외침이 골령골에 울려 퍼졌다.

이규봉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당국이 관리소홀에 더해 (유해수습)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하루빨리 희생자와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임효인 수습기자 hyo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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