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임철중 원장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 그 무대도 사랑합니다”

[휴먼]임철중 원장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 그 무대도 사랑합니다”

예당 초대 후원회장으로 10년…시민과 예술의 전당 잇는 가교 역할 예술인들 맘놓고 공연할 수 있는 콘서트홀·오페라장 갖추는게 소망

  • 승인 2015-06-25 21:21
  • 신문게재 2015-06-26 12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 임철중치과의원 원장·전 대전예술의전당 후원회장
▲ 임철중치과의원 원장·전 대전예술의전당 후원회장
임철중 치과의원 원장은 지난 10년간 대전예술의전당 초대 후원회장을 맡아 대전을 문화도시로 업그레이드시키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주인공이다. 치과의사로서도 교정학의 선두주자였고, 클래식 음악 전문가로서 각종 문화예술 분야에 지극히 해박한 지식과 소양을 두루 겸비한 선비중의 선비가 바로 임철중 회장이다. 지난 18일 임철중 회장을 만나 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회장님, 2004년 5월에 대전예술의전당 후원회를 설립하셨는데요. 후원회 설립 취지와 활동 내역을 소개해주실까요?

▲대전예술의전당은 대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시민의 감성을 살찌게 하는 동시에 2세의 감성교육에 기여해 지역공동체의 품격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간예술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와 뜻을 함께하는 지인들이 모여 시민과 전당을 잇는 가교를 자임하면서 전당이 본연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유기체로서 기능하도록 돕기 위해 후원회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후원회는 전당의 문화예술사업에 대한 후원과 회원의 유기적인 활동을 위한 기금 조성 사업을 통해 전당이 대전시의 대표적인 문화예술기관으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를 향해 성장해 나가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업의 문화 접대비 사용과 개인 기부금 유치를 위한 마일리지 제도를 정착시키고, 2세의 참여를 이끌어낼 감상문 공모전 등은 물론 전당의 역점사업인 영재교육과 신인 발굴에 힘쓰고, 지역 예술인에게 무대를 제공해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 등의 사업을 도왔습니다.

-회장님은 클래식 마니아로 정평이 나 있으신데 즐겨 듣는 클래식을 소개해주실까요?

▲악기를 고르라면 현악기, 그 중에서도 바이올린을 선호합니다. 제작에서 연주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비중(Human Factor)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바이올린은 악기마다, 연주자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연주할때마다 맛이 다른, 그야말로 인간의 체온이 가득한 소리를 냅니다. 과학의 발달로 소재와 기술이 천지개벽을 해도 300년 가까운 스트라디바리가 여전히 거장들에게 사랑받고, 해마다 경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세계 4대 골프 대회중 브리티시 오픈을 'The Open'이라고 부르는 것은 종주국인 영국의 자존심이요, 누구나 이를 인정하듯이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앞에는 정관사 'The'가 붙습니다. 저는 이작 펄만이 줄리니와 협연한 '더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1980년도 Em社 레이저 디스크로 즐겨 듣습니다. 이 곡은 70년 뒤 브람스에 의해 짝꿍을 만나 외로움을 면하는데 브람스 협주곡(VC in D,Op.77) 또한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거의 연례행사로 연주됩니다. 펄만의 Em社 1993년판 DVD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 소나타도 펄만의 베토벤 제5번 작품 24,'봄'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바이올린의 체온을 가장 깊이 음미하려면 독주(Solo), 그 중에도 연주의 명인들이 직접 작곡한 곡들이 제격입니다. 범위를 더 좁히면 집시멜로디로 알려진 헝가리계 소품들이 있습니다. 너무나 인간적인 집시 바이올린 선율을 가장 인간적인 LP로 듣는다는 것은 따따블로 따뜻한 즐거움입니다.

-회장님은 2012년 예술의전당 평생후원회원 명단 제막식을 가지셨는데요. 제막식이 갖는 의의에 대해 설명해주실까요?

▲평생회원 가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기여의 시작임을 잊지 말자는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문화예술과 예당의 역할에 관심을 갖는 시민, 특히 자라나는 2세들을 위한 본보기라는 중요한 메시지도 담겨 있습니다. 또 외국인을 포함한 방문객들에게 예당과 대전시민이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문화도시 대전시의 격을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국내외 유서 깊은 공연장이나 대형 병원에서 건물 설립이나 중흥에 크게 기여한 인물들의 부조상이나 흉상을 보셨을줄 압니다.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의 훈장이지요. 대전예술의전당은 지역 공연장으로서는 최초로 평생후원회원 명단 제막식을 가졌는데요. 이 제막식이 이러한 조각물로 열매 맺는 그 날을 꿈꾸어봅니다.

-대전예술의전당 후원회 전임 회장으로서,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10주년을 회고해주실까요?

▲대전예술의전당은 오늘날 국내 다목적공연장 중 음향시설이 최고라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개관 10년동안 전당이 이룬 변화는 무엇보다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 번 다녀간 아티스트들이 다시 한번 서고 싶은 무대로 자리매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겹고 성숙한 객석의 반응과 전국 20여 공연장 중 유료 객석 점유율이 선두그룹에 속하는 '시민들의 전당사랑'과 깨끗하고 잘 정비된 시설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지난해 5월 제10차 정기총회를 마친 전당후원회가 그동안 해온 일들은 우선 대전예술의전당이 시립사업소로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전당과 시민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점입니다. 단적인 예로 시민의 기부금은 시금고로 들어가고, 지출은 별개로 시의회의 심의를 받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습니다.

후원회의 역할은 시민들께 전당과 문화예술에 대해 홍보하고, 시민의 건의나 불편 사항을 시에 전달하고, 객석을 만석으로 이끌기 운동 등입니다. 또 자라나는 중고생들을 미래의 고객과 후원회원, 아티스트로 육성하기 위한 공연감상문 공모전을 매년 실시하고, 소외된 청소년들을 공연에 초청했습니다.

이밖에도 공연장의 꿈이자 최대 목표인 기획공연에 참여했습니다. 또 매주 둘째 화요일에 열리는 '아침을 여는 클래식' 공연 입장객에게 음료와 다과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전당 내 50여명의 직원과 전당 후원회원들, 특히 남달리 시간과 기부를 아끼지 않는 이사님들간 친목에도 작으나마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사흘간 열렸던 아펙(AAPPAC)기간에는 이의 성공적인 주최를 위해 시 예산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 민간사절로서 경비를 지출하고 봉사활동을 한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전예술의전당 시설 보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신 줄 압니다.

▲예·전당 아트홀 1550석은 다목적공연장으로서 인기 뮤지컬 하나가 장기공연하면 다른 공연이 올스톱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550석의 앙상블홀은 지역 연극인과 무용인들의 최고의 무대인데 대관 신청이 폭주해 소화불량상태입니다. 그래서 제 희망사항은 음향시설이 뛰어난 3500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더불어 전국적인 규모에서 관객들에게 최소한 3일 이상 중장기 공연이 가능한 대형 오페라장을 갖는 일입니다.

또 오송과 세종, 대전을 잇는 C-벨트를 아울러 중부권 문화예술의 핵심 콤플렉스가 되기 위해 전당이 BRT의 종점이 되고, 시내버스 노선이 증설돼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감성 시대라는 21세기에 전당이 황금오리알, 마이스의 핵이 되고, 지역 문화예술의 지휘탑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회장님, 마지막으로 한말씀 당부하실게 있는지요.

▲인문학이 시대정신이라 하고, 너나 없이 문사철(文史哲)을 부르짖습니다. 그러나 인문학보다 더 상위개념이 바로 예술입니다. 예술은 허영과 사치가 아닙니다. 삶의 가치 그 자체죠. 휴머니즘 자체가 가장 형태화돼있는 부분이 바로 예술입니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게 바로 자존감이 있다는거겠죠. 그러나 앞서가는 석학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보다 미학적인 접근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기부문화와 메세나 운동의 환경이 지극히 열악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국민의 화합과 에너지 충전을 위한 휴식과 창조의 영감을 제공하는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와 성원이 필수입니다.

이제 우리 전당은 객석점유율 최상위권에, 한번 무대에 선 아티스트들이 객석의 매너와 반응에 반해서 다시 서고 싶은 공연장, 후원회원 130여명에 등록된 유무료 회원을 포함해 10만명이 넘는, 내고향 문화예술의 중심축으로 우뚝 섰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유수한 공연장이 망라된 아팩총회를 개최했습니다. 시민이 매년 몇번쯤은 반드시 찾아주시고, 멘사 운동에 동참하는 후원회원이 몇배로 늘어나 콘서트홀과 오페라극장까지 갖추는날, 우리 전당은 세계의 또다른 벤치마킹 우선순위 앞자리에 오르는 열매를 거둘 것입니다. 시민들께 배전의 '전당사랑'을 부탁드립니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씀은 국력은 재력이고 언어력이고 친화력입니다. 크루즈 여행을 가더라도 제대로 즐기려면 영어는 필수입니다. 젊은 후배들에게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이랍니다. 그리고 미술관에 가면 기프트숍도 눈여겨봐주시고, 미술관 전시 도록은 꼭 사서 보시는게 좋습니다.

미술관내 식당도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예술의전당과 시립미술관, 고암미술관, 평송수련원, 시립연정국악원, 무빙셸터, 한밭수목원, 갑천 건너 엑스포과학공원, 그리고 3개 신문사가 밀집된 문화예술 컴플렉스 공간에서 음악과 미술, 외식과 산책을 즐기시고 독서로 문화산책을 곁들이신다면 좋을 것입니다./한성일 기자 hansung007@

●임철중 원장은

▲ 임철중·김은숙씨 부부
▲ 임철중·김은숙씨 부부
43년 대전 용운동 임씨 집성촌에서 대전 최초의 치과였던 임치과 원장의 3남7녀중 2남으로 태어났다. 신흥초, 대전중, 대전고,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했다. IQ 150의 천재로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형으로부터 영어를 배워 영어실력이 특히 뛰어났다. 대전고를 수석졸업하고 서울대 의대를 수석 입학한뒤 미국에서 정형외과 의사를 하며 볼티모어에 사는 임낙중씨가 그의 아홉살 위 형이다.

우리나라 교정학의 1호 세대로 교정치과를 전공한 임 원장은 미국 교정학회와 세계교정학회 준회원으로 학술발표대회에 나가 한국의 치의학 발전 상황을 세계에 알렸다. 대전시치과의사회장, 대전충남 치과의사 신협이사장, 대한치과의사협회 총회의장,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 대전예술의전당 후원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전예술의전당 후원회 고문, 대전문화재단 이사, 대전고등법원 조정위원회장, TJB 대전방송 시청자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문화상과 대한치과의사협회 공로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영한시집 '짝사랑'이 있고 칼럼집으로 '오늘부터 봄'과 '거품의 미학', 'I.O.U'등이 있다.

대전시약사회 부회장과 대전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지낸 대전여성원로모임 목련회 회원 김은숙 약사와 어디든 함께 다니는 금슬 좋은 부부로 유명하다. 이대 영문과와 일리노이 시카고 로스쿨 출신 S오일 사내 변호사 큰 딸과 덕성역대 출신 약사인 둘째 딸, 대원외고와 연세대 공대, 외대 로스쿨 출신인 변호사 아들을 두었다./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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