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와 축구, 배구 등에서 이미 외국인 선수 귀화 사례가 있지만, 육상 종목에선 에루페가 처음 추진하는 것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귀화 사례=세계 정상급의 중국 여자 탁구 선수였던 자오즈민은 1989년 한국 국가대표 안재형과 열애 끝에 결혼하고 한국으로 귀화했다. 이후 당예서가 한국으로 귀화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하고, 전지희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등 다수의 중국계 선수가 귀화했다.
대만에서 귀화한 쇼트트랙 공상정은 소치동계올림픽 계주 금메달을 따면서 사랑을 받았고, 같은 나라 출신 후인정(한국전력)은 1994년 귀화한 뒤 이듬해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후인정은 대전에서 태어난 화교 3세였다.
축구에선 러시아 출신 발레리 사리체프가 2000년 '신의손'이라는 이름으로 귀화해 K리그 골키퍼로 활약했고, 이성남(본명 데니스ㆍ러시아) 등 유럽 출신 선수들이 잇따라 귀화했다.
프로야구에선 올해 출범한 KT의 신인 드래프트 지명을 받고 입단한 중국 출신 주권이 첫 귀화선수가 됐다.
▲뜨거운 논란=에루페의 귀화 자체보다는 귀화 이후 국가대표 선발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대한육성경기연맹 측은 귀화 선수 영입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올림픽 메달 획득 등 한국 마라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반면, 에루페의 선례가 생기면 외국인 마라톤 선수들이 몰려오면서 유망주들의 싹을 자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귀화한 외국인이 만든 기록은 한국 마라톤에 무의미한 데다 부족한 유망주들마저 우수한 외국 선수들에게 밀려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다는 박탈감을 갖게 되고 결국 마라톤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 체육계 한 인사는 “외국인 선수 귀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그 자체를 반대할 수는 없지만 메달, 기록 등을 목적으로 무차별적으로 귀화 영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외국인 선수 귀화와 국내 체육계의 저변 확대, 유망주 발굴 및 육성 등을 아우를 수 있는 현명한 판단과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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