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고개를 가다]자유수호 목숨 바친 '미군 42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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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고개를 가다]자유수호 목숨 바친 '미군 428명'

美 21연대, 북한군 2개 사단과 격전… 4일간 남하 지연 대전·금강방어선 구축 계기… 일각선 “성역화” 주장도

  • 승인 2015-06-24 18:19
  • 신문게재 2015-06-25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아물지 않은 격전지, 개미고개를 가다] 2. 1950년, 그 나흘간의 전투

1950년 7월 8일 해가 진 시간, 미군 제24사단 21연대 850여 명의 병력이 모내기를 마친 들을 지나 개미고개에 도착했다.

개미고개에 두 무명고지는 땔감으로 벌목된 민둥산이었으나, 북측으로 연기군 전의면의 넓은 들이 보이고 경부선 철도와 국도 1호선이 발아래로 지나는 지형이었다.

미군 21연대 2개 대대 중 서쪽 115무명고지에 1개 대대 180여 명의 병력이 자리잡았고, 동쪽 225무명고지에 3대대 670여 명의 미군이 포진해 경부선과 국도 1호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2주전 38선을 넘어 남침을 감행한 북한의 제4사단과 3사단을 이곳 개미고개 국도 1호선에서 차단해 적군의 남하를 지연시키는 게 미군 21연대의 임무였다.

한강을 통과한 북한군이 금강에 닿기 전 12㎞ 북측 전방이었다.

앞서 일본에 주둔 중이던 미군 24사단 21연대는 한국전쟁 9일만인 7월 4일 부산에 입국해 7일 대전에 도착했고, 스미스부대는 5일 경기도 오산 죽미령고개에서 북한군 4사단과 '미-북' 첫 전투를 치르고 대전까지 후퇴한 상태였다.

7월 9일, 오후부터 북한군 105전차사단의 공격이 시작됐다.

개미고개 북측 전방 전의면에 적군 전차 11대가 저지선을 뚫고 들어왔고, 북한군 3사단 보병 200~300명이 낮은 보복으로 접근해 두 무명고지에 주둔한 미군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다행히 아군의 지원 포격과 항공 폭격으로 적군을 격파했고, 적군이 먼저 북측으로 후퇴했다.

7월 10일, 전투 둘째 날 새벽에 개미고개 일대에 짙은 안개가 꼈다.

높은 고지에서도 전방의 북한군 움직임이 안개에 가려 관측되지 않았고, 날이 밝기 전 북한군의 전차와 4사단 보병 병력의 공격이 다시 전개됐다.

미군은 4.2㎜ 박격포로 차단사격을 벌였으나 오전 11시 30분께 박격포 진지를 유린당하고 우측과 후방이 적군에 차단당해 철수가 이뤄져 병력 20%가 소실됐다.

사흘째 되는 11일 새벽 대대적인 적 포격공격에 미군 34연대 통신기능이 마비되고 오전 포위 선멸공격으로 정오쯤 아진지 모두 피탈돼 퇴각했다.

12일 나흘째 되는 날 제21연대 1대대는 적군 3사단의 동·북·서 3면에서 포위공격을 당해 상당수 전사자를 남기고 역시 금강 이남까지 후퇴했다.

개미고개에 거주한 김동식(82·전동면 미곡리)씨는 “1950년 7월 대전까지 피난갔다가 개미고개 마을까지 되돌아오는 길에 논두렁과 야산에 쓰러진 미군 전사자들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65년이 흐른 지난 5월 한국 전쟁기념관 연구팀은 미 국립문서기록보관청 자료를 분석해 나흘간 진행된 '충남 전의-조치원지구 전투'에서 미군 전사자가 최소 428명이라고 명단을 알려왔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정태조 세종지회장은 “개미고개 전투는 미군이 홀로 북한군에 맞서 500여 명이 피를 흘리고 숨진 격전지이자 아군이 금강과 대전에서 방어선을 구축하는 계기였다”며 “이역만리 이국 땅에서 자유를 지키고자 수백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바친 곳을 성역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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