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고개를 가다]'죽음의 전선' 세월도 비껴간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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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고개를 가다]'죽음의 전선' 세월도 비껴간 흔적들

참호지대 지나 깊숙한 곳, 32사단 유해발굴 구슬땀 이틀간 탄피·수류탄 발견… 치열했던 전투현장 '생생'

  • 승인 2015-06-23 18:32
  • 신문게재 2015-06-24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아물지 않은 격전지, 개미고개를 가다] 1. 세종 유해발굴 현장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32보병사단 장병들이 23일 세종시 전동면 개미고개 인근에서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6·25 전사자들에 대한 유해발굴을 하고 있다. 세종=이성희 기자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32보병사단 장병들이 23일 세종시 전동면 개미고개 인근에서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6·25 전사자들에 대한 유해발굴을 하고 있다. 세종=이성희 기자
지금은 평화로운 날을 보내는 6월이지만 65년 전 이 달은 전쟁의 불길이 한반도에 치솟았다. 그 가운데 충남 세종시의 개미고개는 죽음의 고갯마루이자 이역만리 바다를 건너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산야에 묻힌 곳이다. 미군과 국군이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켜 금강과 대전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충남 개미고개 '전의-조치원 전투'를 되새겨 본다. <편집자 주>




세종시 전의면의 해발 225m 무명고지, 산과 들이 평화로운 이곳은 65년 전 삶과 죽음을 갈라 놓는 전선이었다. 천안이 북쪽에 있고, 남쪽에 대전을 둔 이 무명고지는 경부선과 옛 국도 1호선이 개미 허리처럼 잘록하게 모이는 관문에 솟은 고갯마루여서 개미고개라 불렸다.

이곳은 미군 제24사단 21연대 장병과 국군이 남쪽으로 치닫는 북한군 2개 사단을 몸으로 나흘 간 맞서 517명이 전사한 격전지가 됐다.

그런 개미고개를 23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안내를 받아 걸어 올라갔다. 등산로도 없는 산길을 10분 걸어 처음 마주한 건 움푹 파인 옛 참호 흔적. 지난 세월만큼 흙과 낙엽에 덮혀 구덩이는 흔적만 남았지만, 참호는 2m 간격으로 일정하게 반복되며 개미고개를 지키듯 북쪽 사면에 있었다.

이곳에서 미군 24사단 21연대 병력은 서울을 통과해 남쪽으로 내려오는 북한군 2개 사단을 맞았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류수은 팀장은 “일정한 간격으로 움푹 파인 흔적은 아군이 조성한 진지로 볼 수 있고, 불규칙하게 남은 구덩이 흔적은 적군의 포탄이 집중돼 만들어진 피탄지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깊이 1m 남짓의 참호 속에서 적의 파상 공격에 맞섰던 현장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발굴을 앞두고 접근 차단선이 설치돼 있었다.

참호지대를 지나 개미고개 깊숙한 곳에서는 제32사단 99연대 장병들이 유해발굴감식단과 함께 본격적인 유해 발굴을 벌이고 있었다.

전투기록을 검토하고 주민 증언을 수집해 유해가 매장됐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지점으로 지난 이틀간의 발굴에서 M1탄피 70여발, 수류탄 2발 등이 이미 발견됐다.

류 팀장은 “이곳에서 뜨거운 열에 녹아 변형된 탄피도 발견됐는데 이는 아군이 총기를 식힐 시간도 없이 사격하는 치열한 전투가 이뤄졌음을 생각할 수 있다”며 “전사자의 유해가 훼손되지 않고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고고학적 수단으로 발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개미고개 두 곳에서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32사단이 합동으로 앞으로 4주간 유해발굴을 시작했다.

이미 개미고개는 2011년과 2012년도 각각 다른 지점에서 유해발굴이 진행돼 모두 29구의 유해가 발굴됐고 이중 미군 유해도 있어 미국에 인도됐다.

32사단 김동엽 3대대장은 “225고지이자 개미고개는 적의 남진을 막아 향후 아군의 방어와 공격작전을 마련하는 중요한 발판이 된 격전지”라며 “산야에 홀로 남은 유해를 찾아 고국과 가족 품에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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