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 간호부에 전달된 그림 편지. 경기도에 사는 박서연·서진 어린이가 보낸 이 편지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을 위해 힘쓰는 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건양대병원 제공 |
23일 오전 건양대병원 간호부에 한 택배박스가 배달됐다. 간호사들은 택배주인을 찾았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메르스 때문에 쇼핑도 못하고 있는데 택배가 잘못 온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한 간호사가 박스 윗면에 적힌 보내는 사람을 봤다. '경기도 이천시 이섭대천로 한솔솔파크 박서연.' 이상했다. 경기도 이천에서 간호부로 택배가 올 일이 없기 때문이다. “박서연을 아는 분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나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반송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간호부로 온 만큼 한번 뜯어보기로 결정했다.
간호사들은 박스를 뜯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박스 안에는 한 아이가 쓴 한통의 편지와 그림엽서, 과자, 칫솔과 치약, 양말, 물티슈 등이 놓여있었다.
택배를 보낸 주인공은 경기도 이천 증포초 2학년 박서연양. 메르스 환자들을 돌보느라 고생하는 건양대병원 의사, 간호사 선생님에게 선물을 보낸 것이다.
서연양은 편지에서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시고, 메르스 때문에 집에도 못 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며 “용돈을 모아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는데 선물을 받고,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연 양은 코호트 격리로 병동에서 생활하는 간호사들을 위해 양말 15켤레를 보냈다. 칫솔·치약 세트 3개와 물티슈 2개도 함께 담았다. 간식거리도 잊지 않았다. 편지 마지막엔 “무서운 메르스와 싸워주셔서 감사해요. 힘내세요”라는 응원메시지가 담겼다.
정수정 간호부 파트장은 “간호사와 의사들이 편지와 엽서를 돌려봤는데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며 “서연이의 응원에 힘입어 메르스가 종식되는 날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창일 의료원장은 서연 양에게 감사편지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양대병원은 메르스가 진정된 후 서연 양을 병원으로 초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할 계획이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다른 병원들에도 시민들의 선물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메르스 환자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충남대병원에는 고급 일식 도시락이 배달되고 있다. 24시간 환자 치료로 밥을 제때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일식집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청병원에는 익명으로 떡과 빵, 도시락 배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완도에서 생전복도 배달됐다.
대청병원 관계자는 “시민여러분의 선물에 직원과 의료진들이 큰 힘을 얻고 있다”며 “익명으로 보내주셔서 보답을 하고 싶어도 못해 안타깝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메르스 종식을 위해 힘내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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