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호(38)씨는 얼마전 대학 동기의 모친상에 친구편에 봉투만 보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있던 부서 회식도 몇 주째 갖지 않고 있다. 어쩌다 생긴 술자리에도 술잔을 돌리진 않는다.
학부모 김선영(39)씨는 다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한 게 불과 3일전이다. 이달 초 어린이집이 3일간 휴원에 들어간 후 다시 개원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함에 아이들을 그냥 시골에 계신 부모님댁에 보냈기 때문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발생 한 달이 지나면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곳은 시민들의 삶이다.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은 눈에 띄게 줄었고, 주말에도 외출보다는 집에 있는 가족들이 늘었다. '반 강제적인 저녁이 있는 삶이 됐다'는 직장인들의 자조어린 푸념이 생길 정도다.
메르스 사태로 가장 불안에 떨던 학부모들로 인해 학사 일정이 염려될 만큼 대규모 휴업사태를 빚기도 했다. 대전의 경우 메르스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9일 전체 569개교의 48%인 275개교가 휴업했으며 충남도 전체 885개교의 17.6%인 156개교가 휴업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메르스 확진자가 경유했거나 입원한 병원으로 알려진 병원의 의료진과 직원 자녀들이 '왕따'를 당하거나 집으로 되돌려 보내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일부 확진자의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중교통 이용도 크게 줄었다.
대전지역 시내버스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대국민사과를 하기 전날인 지난달 30일 이용객은 41만8794명인 반면, 일주일 후인 지난 6일에는 30만2269명으로 27.82%가 감소했다. 지하철도 지난달 30일에는 10만7527명에서 일주일에는 6만9587명으로 35.3%가 줄었다.
당장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식당과 놀이공원, 백화점 등은 한달 내내 한산했다. 메르스 확진자가 늘어 날이 갈수록 상당수가 병원내 감염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늘었다.
박재묵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은 후유증을 걱정하기 보다는 빨리 메르스를 잡는데 시민과 국가도, 지방자치단체, 의료인들도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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