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호체계가 보행자의 안전에 부적격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 대전 중구 대흥동 성모오거리에 보행자가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중간을 가로질러 건너고 있다.
임효인 수습기자 |
대전 중구 대흥동 성모오거리. 신호체계가 보행자의 안전에 부적격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 곳이다.
성모오거리의 횡단보도 5개에 초록색 신호가 동시에 들어와 보행자가 여러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사고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또 차량 운전자 역시 신호를 받아 직진하는 구간에서 상시 우회전이 가능한 것처럼 오해해 다른 방향에서 진입한 차량과 뒤엉키고 있다.
16일 오전 11시 성모병원 앞 오거리 횡단보도에 초록색 불이 5개 켜졌다. 성모오거리는 성모병원 앞에서 5개 차선이 교차로 하나를 마주하는 곳으로 차도를 건너는 횡단보도 5개에 보행자 초록불이 동시에 들어오는 올레드(All-Red) 방식으로 운영된다.
손에 약봉지를 든 노인이 횡단보도 대신 교차로 중간을 가로질렀고, 그 옆을 자전거부터 오토바이까지 횡단보도 없는 교차로 위를 건너는 게 어렵지 않게 관찰됐다.
하지만 보행자 대부분이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보행자 신호는 빨간색으로 바뀌었고, 교차로 위에서 사람과 차량이 마주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2주마다 병원에 들르는 김종단(81·여)씨는 “병원에 가려면 6차선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시 4차선 횡단보도를 통과해야는데 한 번 신호를 놓치면 한참을 햇볕 아래서 기다려야 한다”며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으면 바로 안전하게 건널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성모오거리 횡단보도 5곳의 보행자 신호는 동시에 켜졌다가 31초 후 똑같이 빨간색으로 바뀌는데 다음 신호는 차선 5개가 모두 움직인 후 들어오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횡단보도 아닌 교차로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고 무단횡단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성모초등학교에서 18년간 스쿨버스 관리자로 지낸 홍일표 실장은 “다년간 민원을 넣어 신호체계를 바로잡아달라고 했다”며 “여러 번 현장 조사를 나왔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늘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차량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성모오거리는 신호위반 직진을 정상적 우회전으로 착각을 일으키는 곳이다.
12시 방향에 성모병원을 기준으로 예술가의집 2시 방향에서 대전고가 있는 9시 방향으로 진행할 때 직진 신호를 받아야하지만, 현장에서는 상시 우회전을 벌이고 있다.
모두 신호위반으로 이때문에 병원 정문쯤에서 불법 우회전 차량과 신호를 받고 직진하는 차량이 충돌할 뻔한 상황도 자주 연출된다.
대전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보행자가 한 번에 횡단보도를 두 개 건너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며 “대각선 횡단보도를 새로 만들거나 횡단보도 보행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도로교통공단과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임효인 수습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