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때도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지하철에서 재채기만 해도 눈치가 보여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공포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혹시 모를 걱정에 학교는 휴업하고 모든 행사는 취소됐다.
거리에서 혹시나 손이라도 스쳐도 다들 흠칫 놀란다. 메르스 포비아(공포증)가 사회 전반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못믿겠다 '불신'=메르스에 대한 불안 심리는 3주만에 사망자가 10명, 확진자가 122명에 이르는 등 초기 대응 실패, 허술한 방역망과 정보와 소통의 부재때문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정수호(40)씨는 “정부가 초기 메르스 환자 발생이나 병원에 대해 비공개 방침을 세우면서 어느 병원에서 누가 진료를 받았고 누가 확진자로 밝혀졌는지에 대해 개인적으로 정보를 찾아야만 했다”며 “결국 정부가 병원 명단을 공개했지만 그땐 메르스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한 후였고 명단도 틀려 더 이상 믿을수 없었다”고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허술한 대처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감염 우려로 시중의 마스크가 동이 났다는 소식에 대해 “굳이 메르스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다”의 발언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2주전 메르스 검역 상황 점검에서 방역마스크를 착용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자체·정부 엇박자, 정보공유도 '불통'=지난 9일 대전시가 대전지역 병원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병원장들은 “환자의 메르스 발생병원 방문 여부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자가 격리자' 명단 공개를 대전시에 공식 요청했다.
메르스 환자에 대한 병원 간의 정보 공유가 전혀 안돼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뒤늦게 환자 발생 의료기관, 환자발생 현황일반인 자가격리대상자, 여행자, 의료인 등 대상자별 유의사항을 찾아볼 수 있는 메르스 포털을 가동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오류 투성이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커지는 불안감=정부 부처의 엇박자와 정부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격리대상자에 대한 통보가 제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서로 간의 안부 인사와 사소한 접촉마저 극도로 꺼리고 있다.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것도 메르스가 모두 병원내 감염으로 이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변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최악의 경우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칠수 있는 새로운 질병이 발병되면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자연 스러운 일”이라며 “지금이라도 공포와 불안감을 줄일 빠른 속도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한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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