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이나 신종플루, 메르스 등 잇따른 감염병이 나타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공공의료기관 확보는 밑바닥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그치는데다 영리병원이 대부분인 미국보다도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10일 의료계와 보건의료노조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의 10% 정도만 공공병원 병상으로 확보돼 있다.
OECD가 2008년과 2009년을 기준으로 조사, 공개한 '각국 보건통계'를 분석한 결과, 공공병원 병상 수는 평균 75%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1년 기준으로 10%를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OECD 국가 평균의 7분의 1 정도에 그쳐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공공의료기관인 거점병원조차도 수익 추구로 내몰리는 등 의료 공급체계의 상업화가 문제로 꼽힌다. 또 제한된 예산으로 격리병상을 확보, 운영하다 보니 낙후된 시설, 부족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 가운데 공공병원 병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고, 영리병원이 대부분인 미국조차도 30% 수준에 근접해 있다”며 “평상시 국방 예산을 준비하듯 공공의료에 예산을 투입, 공공의료 시설 확충과 인력 확보 등 체계적인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각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정부 주도의 가칭 '권역별 일괄보호시설' 설치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현장에서는 수익 창출에 내몰리지 않는 충분한 예산이 지원되면 권역별 일괄보호시설을 거점병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가 차원의 새로운 시설도 중요하지만 효율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후생성이 직접 담당하는 감염병 전문병원이 운영된다.
병상이나 인력은 많지 않지만 감염병 1차 환자 발생시 국가나 나서 즉각 격리, 2차 감염을 통제하는 초동대응을 위한 조치다.
감염병이 진정되면 세계의 감염병 현장을 돌며 연구, 확인하는 등 대응태세를 준비하는 것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공공의료기관 확대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도 중요하지만 우선 지역거점 병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통한 인력 및 병상 수 확보, 시설기준 강화, 유사시 운영 매뉴얼 확립 등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자칫 생색내기용으로 예산만 투입해 새로운 시설을 만든 뒤 적자운영이라고 폐쇄하는 어설픈 정책은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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