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가 메르스 후폭풍에 몸살을 앓게 생겼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여행객의 예약 취소·연기 사태가 속출할 뿐 아니라 학교 휴업에 따른 급식 납품업체 피해 등 지난해 세월호 참사의 악몽이 재현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먼저, 경제적 타격을 체감하며 울상을 짓는 분야는 여행업계다. 이 중 외국인을 상대로 국내 여행 상품을 내놓는 '인바운드 업체'의 타격이 가장 크다.
9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모두투어의 경우, 외국인의 이달 국내 여행 취소율은 50%로 급증했다. 하나투어에서도 이달 외국인 예약객 9000여명의 35% 가량인 3200여명이 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구나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메르스 발생국가인 한국을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해 여행객은 물론 바이어 입국도 급감하고 있는 상태다.
이달 외국 여행을 계획했던 국내 고객도 여행을 취소하는 분위기다.
메르스 발병 초기에만 해도 큰 변화가 없었지만, 지역 격리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여행객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 대전 A 여행사의 경우, 주로 패키지 상품을 구매한 50~60대 단체여행객들이 입국 거절 불안감 등을 이유로 여행상품 취소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세월호 사건으로 한 차례 타격을 받았던 관광 업계에 또 다시 악재가 몰아치면서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사회ㆍ경제적으로 악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전관광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 지역 관광업계가 실정이 말이 아니다”며 “지난해엔 세월호 올해는 메르스까지 답답하기만 할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메르스 확산으로 학교 급식재료 납품업체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업무 특성 상 급식재료를 미리 주문해 학교 측에 납품해야 하지만 지역학교들이 집단 휴업에 돌입하면서 급식이 중단, 폐기처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전지역 (9일 기준)휴업을 실시한 학교는 230여 개교로 급식도 중단됐다. 지역 A 급식 납품 업체는 학교 측과 계약을 완료하고 식자재를 납품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으나, 갑작스런 휴업으로 곳곳에서 납품이 끊긴 상태다.
학교들이 갑작스러운 휴업에 돌입하면서 하루 400만~500만원의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사정은 장기 보관이 어려운 농산물 납품 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과일, 감자 등 1차 식품을 손질해 학교에 공급하는 B 업체는 납품 학교가 일부가 휴업하는 바람에 손실을 보게 됐다.
B 업체 대표는 “학교에 납품할 식자재는 미리 손질을 해놓는데 메르스 확산으로 납품을 하지 못하고 쌓아두고만 있다”며 “농산물은 유통기한이 짧아 폐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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