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9일 대전 건양대병원을 방문해 본격적인 점검에 앞서 직원이 건네는 손 세정제로 소독을 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배영희 건양대병원 간호부장이 9일 건양대병원에서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주재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현장 간담회에서 울분을 토해냈다. 메르스를 상대로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사의 절규였다. 최 총리 대행은 물론 보건당국 관계자, 병원 직원들까지 배 부장의 호소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배 부장은 의견 발표를 통해 “마스크와 소독약, 방호복 등 1년치 감염관리 물품이 없어졌다”며 “행정팀에서 급하게 물품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어려운 상황”이라고 원활한 지원책을 요구했다.
▲ 배영희 건양대병원 간호부장이 정부의 적극적 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
그러면서, “현장은 의료진들이 책임지고 지키겠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메르스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이들이) 현장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도록 지원해 달라”고 강조했다.
자가 격리 중인 인원들의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봉옥 충남대병원장은 “자택 격리를 많이 하는데 가능하다면 최대한 많이 시설에서 격리해주길 부탁한다”며 “자가 격리 지침을 지키는 데 훈련돼 있지 않은 만큼 계속 나가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창일 건양대병원장도 “병원에서 관리 중인 메르스 접촉자들은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자택 격리자들”이라며 “자택 격리자들이 시민의식을 발휘해 정부 지시에 따를 수 있도록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역시 “열이 났는지 확실히 파악할 수 없는 만큼 위치를 추적할 게 아니라 방문 진료를 일대일로 해서 직접 찾아가 격리자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총리대행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병원들이 필요한 물품을 파악해 예산을 요구하고, 공급체계를 갖추라”고 지시한 뒤 “자택 격리는 경찰과 보건소 등의 협조를 받아 격리자가 발생하면 그날 바로바로 일대일로 붙이겠다. 현재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 100% 책임질 수 있도록 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방문했던 대전 서구 보건소에서는 의료진 지원 문제가 언급됐다.
장종태 서구청장은 “일부 병원에선 간호사나 의료진들도 환자병동에 안 들어가려 한다. 식당종사원도 그만둔다고 해 병원 관계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해 간호사 파견 등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정 장관은 “이번 주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감염 경로에서 이탈하는 상황을 막는 게 중요한 만큼 격리대상자에 대한 긴급복지를 위해 생필품을 즉각 지원하는 등 중앙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희진·송익준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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