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직접 만나 응대하는 직원들은 고객에게 말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거나 공포심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채 손님들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오전 찾은 서구 한 대형백화점 1층. 이곳을 찾은 고객들 상당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쇼핑을 하고 있는 반면 백화점 직원들은 메르스 감염 우려에도 평소와 다름 없이 고객을 응대하는 등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불안에 떨고 일을 하고 있었다.
메르스 확산 불안감 조성과 고객을 응대하는 업종 특성상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발 매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메르스 확산에 직격탄 맞는 곳인 만큼 솔직히 걱정이 되고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싶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써라 마라 별다른 지침이 내려온 것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두려움을 호소했다.
이런 사정은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최근 마스크는 날개돋친 듯 팔려 동이 날 정도지만 정작 직원들은 쓰지 못한 채 불안감에 떨고 있다. 실제 지역 이마트의 경우 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직원들은 시식, 식품 조리 등 일부 직원들에 불과했으며, 유성 홈플러스도 안내직원 등 일부 직원만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대형마트들이 손세정제를 평소보다 더 많이 구비해 놓고 손세정제 위치와 메르스 관련 주의사항을 적은 안내 문구를 곳곳에 위치해 고객들이 어디서든 손을 소독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사실상 직원들은 메르스 감염 불안은 숨기고 종사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 속 유통업계에서는 직원들이 마스크를 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업 신뢰도와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직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싶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업종 특성상 어쩔 수 없다”며 “메르스 유행 이후 매출도 급감했는데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손님들이 공포감에 발길을 돌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인근 시중 은행 역시 마스크를 끼고 응대하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인파가 많이 몰리는 시중은행 영업점 특성상 고객과의 대면이 불가피해 감염 우려가 높지만, 사실상 직원들은 본사차원의 명확한 마스크 착용 지침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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