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각 병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병원이라는 이유로, 지역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하는 처지다.
8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에서 확인된 메르스 감염자는 모두 15명이다. 이 중 2명은 사망했다.
메르스 공포가 지역을 강타하면서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이 오히려 첫 번째로 피해야 할 기피 공간이 되고 말았다.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의료진들과는 아예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다.
먼저 지역 국가지정 격리병원인 충남대병원이 울상을 짓고 있다. 충남대병원은 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들의 치료를 책임지고 있어 메르스 환자들은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이 때문에 충남대병원에는 '메르스 병원'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지역민들에게 퍼지고 말았다.
충남대병원 의료진과 직원 자녀들은 학교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학교에서 조사를 통해 충남대병원 직원 자녀들을 등교하지 못하게 조치했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매월 진행하던 모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주변 사람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있다.
한 충남대병원 직원은 “시민들께서 메르스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위로해주기보단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환자들은 철저히 격리돼있고, 직원들도 접촉한 경우도 없어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A씨가 입원했던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A씨를 진료했던 건양대병원 B교수와 자녀들의 신상이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B교수의 자녀들은 친구들로부터 자연히 멀어졌고, 건양대병원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B교수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 격리됐지만 메르스 증상은 전혀 없다.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다는 이유만으로 마녀사냥을 당한 셈이다. '이동제한' 조치를 받은 대청병원 직원들도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뚝 끊겼다.
한 지역 병원 관계자는 “시민들이 병원과 직원들에 대해 너무 색안경을 끼시고 바라보시는 것 같다”며 “의료진들도 사람이라 메르스가 무섭지만 지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신념으로 꿋꿋이 일해가고 있는 만큼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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