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3일 대전에 사는 김모(35·여)씨는 4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열이 난다는 소식을 듣고 출장 차 방문한 경기도 양평에서 콜 택시를 타고 한달음에 내려왔다. 메르스 영향으로 어린이집이 곧 휴원한다는 소식에 불안하던 차에 아이에게 고열증상이 있다는 전화에 업무도 제쳐두고 달려온 것.
#2. 같은날 오전 대전교육청에 한 고등학생이 메르스 격리 대상자와 버스 안에서 접촉했다는 보고가 접수됐다. 학생을 서둘러 집에 돌려보내 격리하고 시청은 시내버스 전체를 소독하는 소동을 빚었으나, 메르스 공포분위기를 틈타 학생이 꾸며낸 자작극으로 확인됐다.
낯선 질병이 지역사회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막연한 공포감이 팽배해지고 있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처음 접하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지금 같은 과도한 공포감은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탓이 크다.
4일 오후 2시, 대전 서구 변동의 목운경로당. 식사 후 휴식을 즐기는 시간에 경로당에 남은 노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메르스가 나이 많은 노인이 쉽게 감염되거나 희생되고 있어 경로당에 여럿이 함께 모이는 일 조차 자제하는 것.
경로당에서 만난 김일웅(83)씨는 “노인들이 쉽게 감염돼 당장 내일부터 경로당 문을 닫기로 했다”며 “웬만하면 병원에도 가지 않고 노인정 나오는 사람도 팍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 대전현충원 역시 예년같으면 현충일을 앞둔 이맘때 많은 방문객이 있겠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오히려 한적하게 느껴졌다.
어린이집을 비롯해 학생들의 방문이 이어질 때 메르스 파도가 덮치면서 현충원 방문객이 급감한 것. 이와 관련 불안감을 느끼는 현상 보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 타당하지 않은 정보에 쏠리는 현상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남대 전우영 교수는 “낯선 질병은 불안감을 고조시켜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를 통해 질병을 조심하고 대처하는 기능도 있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거나 충분하지 않을 때 타당하지 않은 정보도 믿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어떻게 대처할 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막연한 불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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