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가 상륙하면서 지역 병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메르스 공포로 병원 외래환자가 줄거나 예약검진 등이 취소되는 등 병원 운영에 타격을 입고 있다.
3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대전에서 첫 메르스 감염자 A(68)씨가 발생한 후 지난 2일 3차 감염자인 B(73)씨와 C(78)씨가 감염된데 이어 이날 D(60)씨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3일만에 대전에 메르스 감염자가 4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지역민들에게 '메르스 공포'가 깊숙이 자리잡고, 보건당국의 행정조치 등으로 지역 병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
먼저 대전 E병원이 울상을 짓고 있다.
E병원은 A씨가 6일간 입원했던 곳으로, 3차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현재 외부인의 병원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고, 입원환자들과 의료진, 직원들도 오는 13일까지 통행이 불가능하다.
E병원 측은 병원 운영에 분명 타격은 있겠지만 추가 메르스 전파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가 이틀간 머물렀던 F병원도 당장 외래 환자가 줄면서 걱정이 크다. 1층 로비는 물론 각 진료과 대기석에는 환자 몇 명만이 대기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면 꽉 차던 구내 식당도 빈자리가 많았다.
한 직원은 “입사한 후 병원에 이렇게 환자가 없는 적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가 격리된 의료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병원 내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 부담도 심해지고 있다.
다른 지역 종합병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래 환자나 내원객이 줄고 예약 진료나 건강검진의 연기나 취소 문의가 잇따르는 등 메르스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봐도 외래 환자가 눈에 띄게 준 것 같다”며 “메르스 때문에 지역 병원들이 운영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개인병원들은 한숨만 늘고 있다.
고열이나 설사 등으로 내과나 소아과 등을 찾는 지역민들이 많지만 정확한 검사를 진행할 수 없어 종합병원이나 보건소로 안내만 하는 실정이다.
지역 요양병원들도 메르스 추가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래 환자가 줄거나 퇴원을 하는 환자들은 없지만 종합병원들로부터 이송되는 노인 환자들 중 발열 증상이 있으면 되돌려 보내고 있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은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곳인데 오히려 시민들이 첫 번째로 피해야 할 공간이 되고 있다”며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지만 철저히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으로 병원을 피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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