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방정부가 중앙행정기관의 정책과 사업을 평가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나 논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전시나 충남도는 물론, 자치구나 시·군 등의 업무 담당자들조차 성역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말문을 닫는다. 물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대부분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원론적인 측면에선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중앙과 지방이 현재와 같은 (수직)관계에선 오히려 혼란만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행정기관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정부세종청사 내 부처 관계자는 “17개 시·도 전체를 바라보며 일관성 있고 통합적인 정책과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균형을 잃을 수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지방이 중앙기관을 평가해 낼 역량을 갖췄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을 맞이 하지만, 지방정부 스스로 얼마나 자립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김찬동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그동안 지방정부가 보여준 한계들이 중앙정부로 하여금 불신을 만들어왔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국가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 없어 예산과 사업을 지방정부에 맡기는데 문제가 끊이지 않다 보니 지자체를 믿지 못하는 것”이라며 “지방정부 스스로 예산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데, 미비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두 맞는 것도 아니다. 8대 2라는 세수구조 속에서 예산의 대부분을 비롯해 주요한 정책과 사업 결정권을 쥔 현재의 관계로는 자립은 사실상 불가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20년, 이제는 중앙행정기관과 대등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역량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황인호 대전시의회 부의장은 “지역언론과 시민단체, 지방의회가 함께 지자체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며 “스무 살이 된 만큼, 스스로 평가를 통해 수평적 관계가 되기 위해 한 단계 성숙해질 수 있는 역량을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행정기관 평가를 제기할 만큼의 단계는 됐다고 본다”며 “문제는 중앙이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등 실현 가능한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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