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 3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지역 보건당국과 병원들이 메르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2일 지역 종합병원과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2차 감염자(40)와 지난달 28~30일 대전 A 병원 6인실에서 함께 머물던 B(73)씨와 C(78)씨가 진단 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 B씨와 C씨는 국내 최초 메르스 3차 감염자다.
정부에서 '3차 감염자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 것과 달리 3차 감염자가 생기면서 지역 종합병원들과 보건당국에 '적색경보'가 내려졌다.
먼저 국가지정 격리병원인 D 병원에 발등이 떨어졌다. D 병원은 혹시 모를 추가 감염자를 대비하기 위해 격리병상 보강작업과 운영 점검에 들어갔다. 현재 D 병원은 25개의 격리병상을 운영, 이 중 5개 병상이 '음압병상'이다.
음압병상은 공기압력을 낮춰 병실 내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설계된 병실이다. 메르스는 감염자의 침 또는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로 전파되는 만큼 음압병상은 메르스 전파를 막는 최전선 기지다.
D 병원은 추가 의심환자의 후송을 대비해 이동식 음압시설을 격리병상에 배치했다. 또한 이동식 음압시설을 추가로 구매해 나머지 20개 일반 병상도 음압병상으로 갖출 계획이다. 메르스의 빠른 진단을 위해 진단시약을 구매할 계획으로 오는 4일쯤 병원에 배치될 예정이다.
현재 격리병동에는 감염내과와 소화기내과 등 4명의 의사가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들의 용변은 병동 내 화장실을 이용하고, 식사는 의료진이 병실로 직접 음식을 전달해주고 있다. 또한 응급의료센터 앞 공간에 메르스 의심 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다른 종합병원들도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거나 긴급 대응 회의를 갖는 등 메르스 추가 확산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메르스 감염자와 접촉이 의심되는 자가 격리자도 늘고 있다. 현재 대전 내 격리 조치자는 109명(외지 포함 175명)이다.
방역당국은 자가 격리자에게 다른 가족과 2m 이상 떨어져서 지내고, 집에서도 방역 마스크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자가 격리 조치가 허술한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크다. 점검반이 하루 2번 전화를 걸어 체크하는 수준이고, 이들이 격리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지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자가 격리자는 전화로만 확인하고 현장을 방문할 인력도 부족한 만큼 사전에 메르스 감염자 접촉 대상자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시설격리와 자가격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이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메르스가 무섭게 확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익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