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를 전파한 2차 감염자 A(40)씨는 첫 번째 환자에게 감염된 후 지역 종합병원 2곳을 거쳐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같은 병실에 있던 두명의 70대 남성에게 메르스를 전파,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
2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2일 열감과 설사, 근육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대전 B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내원 당시 지난달 15~17일 메르스 첫 번째 감염자(68)와 경기도 모 병원의 같은 병동에 있었던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경기도 평택의 한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을 받고 용종을 제거했다'는 것만 전했을 뿐이다.
B 병원 측은 A씨가 입원 당시 심한 고열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메르스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다. A씨는 B 병원 4인실에 입원해 3명의 환자와 6일 동안 같이 생활했다. 현재 2명은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옮겨져 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다른 한명은 음성 결과를 받았다.
A씨는 열이 오르고 설사 등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지난달 28일 B병원에서 퇴원해 직접 주변 E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E 병원은 A씨를 호흡기 문제로 보고, 6인실 병상에 입원시켰다. E 병원도 A씨가 메르스 감염자인 것을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이곳에서 A씨와 같이 머물던 4명 중 C(73)씨와 D(78)씨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C씨와 D씨는 2일 오전 국가지정 격리병동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다른 환자 2명은 E 병원 자체 격리병동에서 진단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E 병원은 A씨의 열이 내리지 않고 설사 등의 증상이 계속돼 지난달 30일 보건당국에 이 사실을 알렸다. A씨는 지난달 3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옮겨졌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A씨가 B 병원과 E 병원에서 각각 6일과 2일 총 8일간 입원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 사이에 A씨가 같은 병실의 환자뿐 아니라 가족이나 문병객과 접촉했을 수도 있어 또 다른 3차 감염자는 물론 4차, 5차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당국은 '의료기관 내 감염이라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지만 A씨가 통제 없이 직접 E 병원으로 이동한 만큼 민간 전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지역 의료계 전문의는 “A씨가 거쳐 간 병원들에 대한 철저한 역학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이동경로를 역추적해 추가 의심 대상자들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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