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대 10분만 늦게 나와도 탑승이 불가할 정도로 만원버스인 것은 둘째치고,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박씨는 직장에 도착하자 마자 땀으로 범벅된 옷을 말리고, 세수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박 씨는 “사람들이 많이 타는 버스는 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보니 오전에도 매우 불쾌하다”며 “가끔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하는 승객도 있는데, 그럴때 마다 기사들이 무섭게 반응하거나,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꾸준히 인상되는 반면 서비스는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대전시에 따르면 1999년 성인 500원, 청소년 350원, 어린이 200원이었던 시내버스 요금은 매년 인상되면서 2006년 성인 1000원(카드 950원), 청소년 700원(650원), 어린이 300원으로, 어린이를 제외하고 2배 이상 인상됐다.
이후 4년 간 동결됐다가 2011년 1200원(1100원), 청소년 900원(750원), 어린이 350원으로 인상됐으며, 다음달 1일 어린이와 청소년을 제외한 성인 요금은 현금 1400원(카드 1350원)으로 인상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요금이 인상될 때마다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다던 업체들이 승객과의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절기 에어컨 가동에 대해 대전시나 버스운송조합 차원의 지침이 없다 보니 버스회사나 기사의 성향에 따라 에어컨 가동 여부가 결정되면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또 2008년 대전시가 자체 개발한 표준연비제가 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표준연비제는 시내버스가 준공영제로 전환된 이후 운송원가 부족분 지원을 절감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공인된 운전기사가 해당 노선을 운행해 보고, 여기서 산출된 연비 만큼만 운송원가 부족분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전시가 유류비를 절감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업체 간 연료절감 경쟁을 유도하면서 연비와 직결되는 에어컨 가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전시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준공영제를 하다 보니 연료비 등을 최대한 아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승객들이 틀어달라고 하면 틀어주는데, 온도나 습도에 대해 서로 느끼는 게 다르다 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하절기(6~9월)에는 유류비 부족분은 5% 더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문으로 30도 이상이 되면 에어컨을 가동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며 “현장에 자주 나가 점검을 통해 쾌적한 환경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성직 기자 noa7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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