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인사들은 “스스로 몸을 던진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배 감독의 투신 추정 소식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배 감독은 1일 오전 6시쯤 서울 대치동에 있는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의 왕십리 방면 승강장에서 철로로 추락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타박상 등을 입고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한 영화감독은 “조금 전에 배 감독과 평소 교류하던 배우로부터 '우울증 증세가 조금 보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 한국을 대표했던 감독인데, 아직 한창인 나이에 영화 만들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생활고까지 겹쳐져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감독도 “만약 사실이라면, 훈장을 달아도 몇 개를 달았을 분이 차기작을 준비하는데 오죽 오려움이 컸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영화감독들은 배 감독에 대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중한 감독”, “오직 영화 밖에는 모르는 사람”이라는 평을 내놨다. 그런 그가 차기작에 대한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점은, 한국 영화시장의 왜곡된 구조 탓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중견 감독은 “소위 '대기업 공룡 3사'의 그늘이 아니면 영화를 하기 힘든 상황인데, 흔히들 '한국에서는 40대 중반 넘어가면 감독하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며 “이제 막 세상을 보는 눈에 깊이를 가질 때 '나이가 많다'는 소리를 들으며 투자를 받기 어려워지니 철저히 외면당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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