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최근 주식시장이 좋아지면서 이득을 좀 많이 봤다. 지금이 돈을 벌 수 있는 최적기”라며 “여윳돈이 있으면 더 투자하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신용융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증시의 과열투자 양상으로 빚을 내는 개미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위태로운 줄타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를 비롯한 예탁증권담보대출, 연계신용거래 등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유가증권과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7년여 만에 최대치인 7조6772억원을 기록했다.
올 초 5조원대 초반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사상 처음으로 4조원(4조6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2조5000억원대에 불과했다. 또 주식이나 채권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예탁증권담보대출 잔고도 10조원 정도 된다.
이 중 10% 정도만 주식을 샀다고 가정해도 1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저축은행 등의 금융기관이 증권사 고객에게 증권계좌나 예수금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연계신용거래 잔고도 처음으로 2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빚으로 주식을 산 규모가 10조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저금리가 장기화 되면서 투자자들의 예·적금 이탈이 이어졌다. 여기에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더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개인투자자들이 앞뒤 안 가리고 주식시장에 몰리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판단, 증시 급락을 터부시하며 지속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수수료에 이자까지 챙길 수 있어 신용거래융자를 부추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증시의 빚이 급증하는 것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가 금융계 안팎에서 거세다.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나는 것은 주가가 고점에 이른다는 일종의 신호라는 것이다. 이후 증시가 하락세로 전환되면 반대매매에 이은 깡통계좌가 속출할 우려가 있다.
6개월 만에 신용융자 잔고가 2조원 증가했던 2007년 코스닥이 그랬다. 일례로 최근 벌어진 가짜 백수오 사태를 보면 신용거래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내츄럴엔도텍 주식 신용융자거래 규모는 450억원대에서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70억원대로 급감했다. 가짜 백수오로 판명된 이후 주가는 하한가로 급락했고 반대매매가 쏟아져나왔다. 이후 열흘간 주가 하락과 반대매매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신용거래융자는 주가가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라는 제도를 이용, 투자자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결국 투자자의 주식은 사라지고 빚만 남는 것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대외 충격에 갑자기 주가가 내려가면 반대매매가 일어나 급락할 수 있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며 “다음달부터 주가 상한폭이 확대될 경우 지금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